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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보다 경상수지 흑자’ 환율 정책 중심 이동하나




장중 한 때 1156.50원 기록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이틀째 크게 떨어졌다.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 등에 안전자산인 달러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가치 종가는 전날보다 11.4원 하락한 1148.4원. 코스피는 17.03포인트(0.94%) 오른 1837.97로 마감했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이틀째 급락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1.4원 떨어진 1148.4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최근 원화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갈수록 원화가치 하락폭이 커지면서 한때 시장에서 1차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150선을 뚫고 1156.50원까지 떨어졌다가 장 막판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원화가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7일(1149.0원)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화가치는 하루 전인 19일에도 24.5원 떨어졌다.





 원화가치가 이달 들어 급락하고 있지만 외환 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는 외환보유액·외채 등 한국의 대외지급 능력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불안감 탓에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요즘은 원화가치가 다른 아시아 통화와 함께 하락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러 이외의 다른 통화가치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지난 15일 원화가치가 급락하자 1년5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했다. 은성수 국제금융국장이 직접 나서 “어떠한 방향이든 환율의 지나친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전날 30원 오르고, 그날 20원 가까이 오를 기세여서 너무 한쪽으로 쏠리고 빨랐다”며 “변동폭을 보면 구두개입을 할 만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개별 시장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주력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건전성 ▶충분한 외환보유액 ▶적정 예대율 관리 등 은행의 건전성 ▶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등 외국 투자자가 주목하는 지표를 중시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에 두면서 원화가치 상승을 사실상 용인해 오던 정부의 스탠스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외환 전문가는 “물가도 중요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대외균형이 더 중요하다”며 “물가가 한국 경제에 감기 정도라면 외환 수급 상황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입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때일수록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원화가치의 안정적인 하락이 꼭 나쁘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외환 당국의 ‘안정적인 퇴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재정부는 “정부는 물가나 수출 같은 특정 정책 목표를 염두에 두고 환율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며 “환율은 펀더멘털과 시장수급을 제대로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당분간 원화가치 하락이 지속된다면 이는 내수주보다는 수출주에 호재다. 해외에서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수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내려가도 속도 조절만 되면 금융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유상대 채권시장팀장은 “유럽계 자금은 이미 상당히 빠져나가 지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채권시장에서 외국계 자금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를 갖고 있거나 외화예금에 가입했다면 당분간 환율 흐름을 지켜보는 게 좋다. 김정우 신한은행 PB고객부 차장은 “최근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고객들에게 ‘추가적인 하락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원화가치가 달러당 1200원을 깨기 전까지는 달러나 달러 예금을 유지하고 1200원을 깬 뒤에는 분할 매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서경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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