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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의 부자 탐구 ① 한국 부자, 그들의 정체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남자 주인공 리처드 기어는 ‘거리의 여인’ 줄리아 로버츠를 만났을 때 자신이 부자란 사실을 은근히 알린다. “나는 항상 ‘링컨 콘티넨털’만 타고 다니지.” 그러자 그녀는 말한다. “멋지시군요(You are smart).” 미국인이 부자를 보는 시각을 읽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자는 ‘스마트’한 사람인 것이다.

 한국인에게 부자는 어떤 존재일까? 우리 사회에서 부자를 보는 대중의 심리를 마치 ‘MRI’를 찍듯 조사해 봤다. 사람들에게 부자 하면 연상할 수 있는 수많은 단어를 제시했을 때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들을 통해 마음을 추리해내는 방법이다. 이런 단어들이었다.

 ‘경제력, 풍요, VIP, 투자감각, 여유, 기업가, 빌딩, 플래티넘 카드, 퍼스트 클래스….’

 부자라고 불리기 위한 조건들이었다. 대중의 마음속에 있는 부자는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벌었고 계속 더 벌려는 사람, 또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를 부러워하는 마음의 정체다. 돈이 많기에 멋진 그들은 이럴 것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그들은 전문직에 종사한다. 특히 금융계에서 일할 것이다. 활발한 삶을 살 뿐 아니라 글로벌한 느낌의 세련미를 갖췄다. 지식이나 정보를 남들보다 많이 갖고 있다. 노는 물이 다르다. 피트니스센터에서 몸을 만든다. 필요한 인맥을 관리한다. 티 안 나게 명품을 사용한다. 일할 때도 느긋하며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굉장히 계산적이지만 나름 사회적 책임감도 가지려 한다. 투자와 빌딩 등을 통해 부를 재생산하려 한다. 법을 잘 이용한다. 남의 눈을 꽤 의식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이런 이미지인지 알아보니, 많은 사람이 먼저 외국인을 연상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라고 했다. 국내 인물로는 정치인이 되기 전의 홍정욱,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유인촌, 드라마 ‘파리의 연인’ 속 박신양, 그리고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등이었다.

 부자들에 대한 거부감의 정체도 대중이 연상하는 단어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른바 ‘반부자 정서’는 돈 자체보다는 부자들이 대중에게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었다.

 ‘악순환, 고민 없음, 향수, 고지식, 비호감, 얼리어답터, 구두쇠, 서류, 외로움, 은둔….’

 그들은 돈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쩨쩨한 사람이다. 자기만을 위해 쓴다. 자식들에게 돈을 주지만, 돈 때문에 서로 싸운다. 빌딩을 여러 채 갖고 있지만, 점심은 짜장면이나 설렁탕으로 때운다고 자랑한다. 대개 자수성가형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서류는 땅문서, 집문서다. 자신이 성공한 방식에 집착하고 남에게도 주입하려 한다. 세상이 변해 부의 기반이 허물어질까 걱정한다. 항상 외롭다.

 이런 유형의 인물로 빌 게이츠 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 전의 워런 버핏,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알파치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의 잭 니컬슨이 언급됐다. 국내 인물로는 대부분의 재벌 회장들이 꼽혔다.

 누구나 되길 원하는 부자는 ‘멋진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부자는 돈밖에 내세울 게 없는 ‘외로운 사람’으로 비춰진다. ‘반부자 정서’로 드러나는 이중적 감성의 정체다. 대중의 심리로 보면 부자는 타인과 마음을 트지 못하고 사는 고독한 사람이 되고 만다. 부자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이제 탐구를 떠나 보자.

◆황상민(49)=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땄다. 국내 사이버 심리학의 개척자로 통한다. 주식시장과 심리의 관계를 연구 중이다. 저서로 『디지털 괴짜 : 미래 소비를 결정하는 사람』 『대한민국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한국인의 심리 코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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