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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복지는 현장이다” … 손학규 “저녁 있는 삶 중요”




민주당 손학규(왼쪽) 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9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국감장에서 만났다. 오전 질의를 마친 뒤 손 대표가 “악수 한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손을 내밀자 박 전 대표는 악수를 하면서 “점심 안 하세요?”라고 물었다. [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재정위)의 19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엔 영국 로이터 통신사 지국장까지 모습을 보였다. 같은 재정위 소속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국감 활동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의 관심까지 받으며 박 전 대표는 국감 시작 2분 전인 오전 9시58분쯤 입장했다. 손 대표는 27분 정도 지각했다. 당 회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일정을 이유로 질의 순서를 박 전 대표 바로 다음으로 바꿨기 때문에 두 사람의 국감 스타일은 자연스레 비교가 됐다.

 여섯 번째 질의자로 나선 박 전 대표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고용과 복지”라며 “둘이 연계된 프로그램을 설계해 성장과 고용, 복지가 선순환(善循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은 고용, 복지는 복지대로 따로 가는 정책으로는 지속 가능한 복지가 어렵다”면서다. 그는 “근로장려세제와 기초생활수급제도, 직업훈련 및 취업 성공 패키지 등이 (현재 근로 빈곤층을 위한 자활 정책의) 3개 축”이라고 했다. “근로빈곤층이 자활 자립을 하려면 한 부처 프로그램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3개 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는 조치를 했지만 미흡하다”며 “현 제도는 차상위계층을 중심으로 돼 있는데 제대로 작동되려면 기초생활수급자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장 경험’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전 대표=“현장에 가 보니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겐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수급자에서 벗어나는 순간 급여 혜택이 없어진다는 두려움이 있더라. 또 지자체와 고용부의 자활센터가 연계가 안 되는 게 안타까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부처에 시어머니가 많아 ‘깔때기’ 문제가 생겼다.”(일선 행정에 병목현상이 생겨 국민이 복지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박 전 대표의 ‘복지 깔때기론’을 빗댄 답변)

 ▶박 전 대표=“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바로 뒤를 이어 손 대표가 질의에 나섰다.

 ▶손 대표=“이스터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에 대해 들어봤나.”

 ▶박 장관=“처음 듣는다.”

 ▶손 대표=“ 일정 수준의 성장을 넘어서면 성장을 거듭해도 국민 삶의 질, 행복은 정체되는 것을 말한다. 성장으로 고용이나 분배, 안정, 복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성장보다 삶의 질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가 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질의를 이어간 반면 손 대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등을 인용하며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3%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대응 방향은 경제 안정과 경제 구조 개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와 삶의 질이란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고, ‘저녁이 있는 삶(퇴근 후 여가)’이 가능하다. 요즘 복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실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 분배를 개선하고 인적 자원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늘려나간다는 점에서도 ‘좋은 성장’과 병행되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MB노믹스’(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MB노믹스는 개발도상국 단계와 부합하는 구시대적 성장론은 아닌지 봐야 한다”고도 했다.

 손 대표는 원고에 빨간색 볼펜으로 핵심 내용에 동그라미를 하고, 검은 볼펜으로 원고 내용을 고치면서 발언 준비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주변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박 전 대표가 다른 의원 질의 때 옆에 앉은 같은 당 유일호 의원과 대화를 나누자 민주당 조배숙 의원이 “질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구해 박 전 대표가 잠시 무안해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오전 질의가 끝나고 당 행사 때문에 국감장을 떠났고, 박 전 대표는 오후 5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이 손 대표의 질의에 대해 묻자 “질문하는 분이 다 (내용이) 다르잖느냐”며 평가를 피했다.

백일현·김경진 기자


◆복지 깔때기론=중앙정부의 복지 정책이 쏟아지지만 읍·면·동 일선에선 사회복지사 숫자가 적어 정책의 혜택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병목현상을 지적하는 것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만든 말이다.

◆이스터린의 역설=1974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터린 남가주주립대(USC) 교수가 50년부터 70년까지 일본인의 1인당 국민 소득은 7배가 증가했음에도 삶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착안해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후론 소득이 늘어도 행복감은 더 늘지 않는다며 제시한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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