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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컨테이젼




2005년 세계보건기구의 조류인플루엔자 대유행 시나리오를 연상시키는 재난영화 ‘컨테이젼’. 박쥐의 배설물을 받아먹은 돼지가 치사율 25%의 변종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긴다는 내용이다.

‘인류멸망 시나리오’는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소재다. 대규모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부터 유인원·외계인 등 이종(異種) 생물의 침공까지 인류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와의 싸움은 스펙터클을 보여주는데 적합했다.

 ‘오션스’ 시리즈와 ‘체’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선보인 ‘컨테이젼’도 외형상으론 인류멸망 가능성을 다룬 재난영화다. 이번엔 역병(疫病)이다. 박쥐와 돼지의 유전자가 결합해 변이를 일으킨 MEV-1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쓴다. 출장에서 막 돌아온 베스(귀네스 팰트로)가 급사하면서 공포는 시작된다.

 하지만 소더버그가 ‘인류멸망 시나리오’를 택한 이유는 좀 다르다.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반응하는 인간 군상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죽은 아내 베스의 불륜 사실을 받아들이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딸을 지키는 미치(맷 데이먼), 발병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다 끝내 감염되는 미국 국립질병통제센터(CDC)의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슬릿), 백신의 우선적 확보를 요구하는 홍콩 현지인들에게 인질로 끌려가는 세계보건기구(WHO) 오란테스 박사(마리온 코티야르)등이 그들이다. 양탄자가 말리듯 쓰나미가 육지를 쓸어버리는 ‘2012’ 비슷한 장면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이 재난영화의 주인공은 ‘재난’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아마도 가장 섬뜩한 상황을 상징하는 인물은 블로거이자 자칭 ‘저널리스트’ 앨런(주드 로)일 것이다. 앨런은 블로그를 통해 미국 정부가 친정부 제약사들과 결탁해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MEV-1 바이러스에는 개나리꽃이 효과가 있다”는 헛소문도 퍼뜨린다. 미확인 정보가 급속도로 유통돼 사람들이 일대 혼란에 빠지는 과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은 실제로 2005년 WHO가 경고했던 조류인플루엔자 가상 시나리오와 흡사하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고, 백신 개발과 공급이 달려 부유층 등 일부 계층부터 혜택을 보며, 의심과 불신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 전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개연성에 기반했기 때문일까. 영화를 보고 나면 옆 사람의 기침소리 한 번, 상대와의 악수 한 번이 꺼려지기까지 한다. 반면 비중이 엇비슷한 인물이 나열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오션스’ 시리즈에서 ‘호화캐스팅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던 소더버그는 동일한 전략으로 이런 약점을 상당 부분 상쇄시키면서 재난영화의 전형성을 피해나간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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