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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축은행 불법 책임 엄중히 물어야

아니나 다를까,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 결과 수천억원의 불법대출이 드러났다. 영업정지된 토마토·에이스·파랑새 등 3개 저축은행은 사실상 대주주가 운영하는 사업장에 수백억~수천억원을 몰래 대출해 주었다가 덜미가 잡혔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동일인에 대한 대출은 자기자본의 20%(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25%)를 넘지 않아야 한다.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을 대주주가 사금고(私金庫)처럼 마음대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단 벽이다.



 하지만 모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수도권 개발 프로젝트에 자산의 70%인 6400억원을 대출했다. 수많은 차명계좌를 통해 대출을 은폐·축소한 부산저축은행과 닮은꼴이다. 사업장을 모두 팔아도 대출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깡통 대출’이 만연했다. 그 구멍을 예금자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메워줘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공적자금이나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해야 한다. 모두 국민들의 혈세다.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금융사기범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우선 금융감독 당국부터 눈뜬 장님이다. 이번 저축은행들의 불법행위도 사전에 단속하지 못했다.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언제나 뒷북 치는 금융감독으로 인해 서울 증시는 금융사기범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퇴출된 네오세미테크다. 이 업체의 대주주는 위장수출과 분식회계로 517억원을 빼먹고 마카오로 달아나 1년째 종적을 감췄다. 한때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달했던 이 업체가 상장폐지되면서 700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알거지가 됐다.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배경에는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주주 대출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죄(重罪)’다. 주가조작 역시 차익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고형량은 2~3년에 불과하다. 그나마 집행유예와 사면(赦免)이 남발되고, 벌금만 내고 풀려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도덕적 해이가 판치고, 최종 피해자인 서민들과 개미투자자들만 가슴을 칠 수밖에 없다.



 미국 법원은 금융사기꾼 메이도프에게 징역 150년, 분식회계를 저지른 엔론 최고경영자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영국도 232년 전통의 베어링 은행을 파산시킨 악덕 거래인 닉 리슨에게 6년형을 선고했다. 닉은 가정이 산산조각 나고 대장암까지 걸렸지만 4년간 꼼짝없이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은 이달 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전 세계 17개 대형은행에 대해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4년 전 금융위기 때 모기지 대출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을 끝까지 추궁하는 것이다. 금융선진국들은 이처럼 끈질긴 조사와 가혹한 처벌로 시장 질서를 유지한다. 우리 사법당국도 이제 금융범죄의 선고형량을 대폭 높여야 할 것이다. 저축은행 불법행위부터 엄중하게 처벌해 더 이상 금융범죄는 꿈도 못 꾸게 해야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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