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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월요인터뷰] ‘미스터 예산’ 신해룡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망국병 ‘재정 포퓰리즘’을 말하다
“요즘 정치권은 재정 알코올 중독”



신해룡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이 16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건전한 재정 없이 건전한 정부는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예산 철학을 요약했다. [김태성 기자]



미국의 정치가·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일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피할 수 없어서’ 국민이 내는 세금은 정부 재정수입으로 들어가 예산의 일부분이 된다. 흔히 세금에는 일반 국민도 관심이 많지만 그 관심이 예산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예산은 여전히 관료와 정치권·전문가라는 ‘그들만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행정부 밖’ 예산 전문가인 신해룡(59·호서대 교수)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을 만났다. 마침 그는 ‘21세기 나라살림 개혁의 청사진’이라는 부제가 붙은 『예산개혁론』을 막 출간하고 한숨 돌리고 있었다.





“현안마다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재정 알코올 중독(fiscal alcoholism)’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신 전 처장은 신랄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재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세태를 ‘알코올 중독’에 비유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대학 등록금 인하 방안과 비정규직 대책, 사회보장 사각지대 해소안 등 굵직한 대책을 발표했다. 재정 당국은 특히 대학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권 요구를 끝내 받아들였다. ‘등록금’이 아니라 ‘장학금’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결국 그게 그 얘기였다.



 -재정에만 의존하는 세태를 알코올 중독에 비유했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재정적자라는 ‘숙취’로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단 한 푼의 예산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각성을 하고 재정 문단속을 제대로 하겠다는 ‘예산 청지기(budget stewardship)’로서의 결의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



 신 전 처장은 영국 대처 총리 시절 정부개혁팀장으로 일했던 다이애나 골즈워디 여사의 말을 인용, “국민이 자기 돈(세금)을 허투루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야 나라가 잘된다”고 말했다. 골즈워디는 “인간은 자기 부모의 목숨을 빼앗아간 사람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자기 재산을 빼앗아간 사람은 평생 용서하지 못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약간 비틀어 표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 전 처장은 본지가 연중 기획으로 내보내고 있는 ‘내 세금낭비 스톱’ 시리즈에 큰 관심을 표했다.











 -책을 막 내놨는데.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느냐는 향후 재정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도 일찍이 ‘민간부문의 낭비로는 나라가 크게 피해를 보지 않는다. 위대한 국가라도 공공부문 낭비에 의해 가난해지거나 망할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설파했다.”



 -예산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도 2007년 시행된 국가재정법에 따라 중기적(中期的) 관점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매년 1년 단위로 근시안적으로 예산을 짜지 말고 5년 단위의 중기적 시야를 갖고 예산을 짜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보완할 곳이 많다.”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가.



 “현재의 국가재정운용 계획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홍보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중기재정계획상 첫해 예산을 과다하게 계획한다고 해도 최종연도의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전망하면 부담이 적어진다 확대 예산편성으로 인해 단기적 재정건전성이 다소 악화된다 해도 계획기간 전체로 보면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중기재정계획의 강제성이 없어서 문제라고 책에서 언급했다.



 “어느 정도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경제성장률·총지출·총수입 등의 주요 전망치가 자주 수정되는 것도 문제다. 전망은 틀리게 마련이라지만 정부 재정의 중기적인 가늠자 역할을 하는 이런 수치가 자주 바뀌는 건 재정운용의 실효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와 어긋난다.”



 -중기재정운용계획상의 경제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던데.



 “경제전망은 중기재정계획 기간 전체에 걸친 세입 전망과 재정수지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2004년 중기계획상 2006년의 성장률은 8%대로 전망했지만 실적치는 5%였다. 2006년 중기계획상 2008년 성장률은 7.4%였지만 실제는 5%에 그쳤다.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경제전망이 필수적이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맞다. 캐나다의 경우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피하기 위해 20여 개의 민간 경제전망기관의 전망 평균치를 공식적인 수치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국가채무에 대한 관리를 더 엄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 낮다고 설명한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35.1%에 그친다. 그러나 신 전 처장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은 OECD 선진국들과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였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10년째 누적되고 있는데 별로 문제가 없다. 그는 “일본은 8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 GDP의 2~3%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끊임없이 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어 외환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도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았지만 충분한 규모인지는 모르겠다. 2008년 말 원화가치가 달러당 1500원대로 급락했지만 외환보유액 고갈을 우려해 거의 외환을 방출하지 못했던 상황을 기억해 보라.” 그는 “원화의 국제화가 안 된 현실에서 외환 수급에 장애가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은 그 어떤 정책 우선순위보다 앞서는 일”이라고 했다.



 사전예산제도(pre-budget)의 도입도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향후 재정운용의 기본방향과 목표치 등을 제시하고 본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의회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는 사업단위로 예산을 보는 관행이 강합니다. 무슨 무슨 사업에 얼마를 쓰느냐 마느냐로 여야가 대립하잖아요. 하지만 미국을 보세요.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여야의 토론이 치열합니다. 사전예산제도는 전반적인 재정전략에 대한 논의와 개별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배정 논의를 분리하자는 취지입니다.”



 재정 운용을 준칙에 따라 자동적으로 하자는 얘기도 했다. 정부의 재량이 너무 커지면 경기판단을 잘 못하거나 정책집행 시차로 인해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거다. 경기가 호황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정부가 오판하고 경기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 경기는 과열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런 잘못을 피하려면 중기적 관점에서 지출규모를 설정하고 미리 정해진 일정한 비율로 지출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재정운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30년 실무, 10여 권 저서 … 입법고시 출신 첫 차관급



신해룡(59) 전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입법부 공무원 가운데 드물게 예산 분야에서만 30여 년을 근무한 ‘예산통’이다. 국회에서 초대 예산정책국장과 초대 예산분석실장,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냈다. 국회가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 예산 심사권한을 강화해 온 고비마다 그가 있었다. 1994년 법제예산실 신설, 2000년 예산정책국 확대, 2003년 예산정책처 신설 등을 주도했다. 그동안 예산 관련 책을 10여 권이나 내면서 관가나 학계에서도 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1997년에 쓴 『예산결산심사-이론과 실제』와 2005년의 『예산정책론』은 이 분야 교과서로 꼽힌다. 2008년 9월 공모를 거쳐 입법고시 출신(4회)으로는 처음으로 3대 국회예산정책처장(차관급)에 올랐다. 올 1월 퇴임 후 현재 호서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글=서경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국회예산정책처(National Assembly Budget Office)=국회가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견제·감시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2003년 법제정을 거쳐 이듬해 3월 출범했다. 국가의 예산결산·기금 및 재정운용과 관련된 사항을 분석·평가하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한다. 미국 의회의 예산정책처(CBO·Congressional Budget Office)를 모델로 삼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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