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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하는 신학대생들, 그것도 뉴욕 유니언 신학대서 …





정현경 교수 정식과목 개설 10년
푸른 눈 학생들 진지한 새벽 명상



진보적인 신학대로 알려진 뉴욕 유니언신학대 학생들이 정규과목인 불교 명상 수업을 듣고 있다.





동틀 무렵이었다. 15일 오전 6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니언 신학대 예배당에 신학생 23명이 모였다. 예배당 마루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화두를 들었다. “부모에게서 몸 받기 전 나는 무엇이었나?”



 단순 동호회가 아니다. 가을학기 정규 과목(3학점)이다. 이들은 매일 새벽 1시간씩 참선을 한다. 사각으로 둘러앉은 이들의 앞에는 꽃이 놓여 있었다. 초청 법사인 원담 스님(대구 동화사 금당선원)은 “나와 이 꽃은 다르다. 나와 여러분도 다르다. 현대사회에선 갈수록 더 달라지고 분리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멀어지고 달라진다. 그걸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사랑(Love)이다. 우리에겐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짧은 영어 법문이 끝나자 다들 눈을 감았다. 정면에는 예배당의 대형 파이프 오르간과 십자가가 서 있었다. 예배당의 침묵과 불교식의 명상이 깊은 하모니를 자아냈다.



 10년째 참선 과목을 개설 중인 유니언 신학대 정현경 교수는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신학대에 불교식 참선 과목을 만드느냐고 야단이었다. 그런데 지금 목회를 하고 있는 졸업생이 있는데, 그가 졸업생 모임에서 ‘유니언 신학대에서 배운 건 다 까먹었다. 그런데 딱 하나 까먹지 않은 게 있다. 명상이다. 매일 아침 해 뜰 때 1시간씩 명상을 한다. 그리스도교 영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좌선 시간이 끝났다. 푸른 눈의 신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유엔 종교 관련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는 크리스티나는 “다른 종교를 이해하려면 직접 배워보는 것이 지름길이라 이 과목을 택했다”고 말했다. 로브 스티븐슨은 “성경에 ‘고요하라. 그럼 하나님의 작은 음성을 듣게 되리라’는 대목이 있다. 전에는 그 뜻을 몰랐다. 여기서 참선을 하면서 ‘존재가 고요한 순간’을 배웠다.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기독교의 신비주의 전통을 불교식 참선을 통해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15년 전, 정 교수가 불교명상 모임을 시작했을 때 참가자는 고작 2명이었다. 그때는 동호회 수준이었다. 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5명, 10명이 되더니 30~40명으로 늘었다. 그렇게 5년간 꾸리다가 정식과목이 됐다. 정 교수는 “학생들이 변하는 걸 보고서 학교 측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뉴욕=글·사진 백성호 기자





◆유니언 신학대(Union Theological Seminary)=1836년 설립된 장로교 계열 대학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다. 미국에서도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학풍을 가진 신학대로 유명하다. 2006년 타계한 강원용 목사도 이곳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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