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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6주년 2011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포란의 계절 - 김미나 -









[일러스트=강일구]



흔들리는 집을 짓는 것들은 날개들뿐이다. 새들의 건축법에는 면적을 재는 기준이 직선에 있다고 나와 있다. 직선은 흔들리는 골재를 갖고 있다. 문 없는 집, 계단 없는 집, 지붕이 없는 집, 없는 게 너무 많아 그 집을 탐하는 것들도 별로 없다.



미루나무에 빈집 몇 채 얹혀 있다. 층층을 골라 다세대 주택 같다. 포란의 계절에만 공중의 집에 전세를 드는 새들, 알들이 아랫목처럼 따뜻할 것 같다. 아궁이에선 초록의 연기가 피어 오르고 어둠을 끌어다 덮으면 아랫목에서 날개가 파닥일 것 같다.



공중 집을 보면 새들의 작고 뾰족한 부리가 생각난다. 날개에 붙어 있는 공중의 주소, 셀 수 없는 바람의 잔가지들이 엉켜 있어 수시로 드나드는 바람엔 개의치 않는다. 양 날개에 바람을 차고 나뭇가지를 나르던 가설의 건축.



쌀쌀한 날씨에 군불처럼 둥지에 앉아 있는 새들.



불안한 울음이 가득한 포란의 집. 짹짹거리는 소리가 나뭇가지를 옮겨 다닌다. 직선의 면적에 둥근 방. 문고리가 없다.



이제 소란한 공중은 새들의 소유다.





시 당선 소감



초심 간직하며 쓰겠습니다…맑은 새 소리 들릴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렸다. 바람의 부위들이 시원했다. 언제부터 이 강변의 바람들에게 부위가 생겼을까? 땀으로 남아 있는 바람에게 물어보았다. 묵묵부답.



 전화를 받고 믿어지지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아직 불안한 스스로였기에 너무 함부로 나를 믿으시는 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다. 불안했다.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두 분이 마늘을 심고 막 들어오셨다고 했다. 단 한 쪽의 쪽마늘을 심어놓고 매운 여섯 쪽의 마늘 한 통이 될 때까지 기다릴 어머니와 꽃피는 철을 가늠하며 꿀벌을 돌보시는 아버지, 당신들이 내겐 시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윙윙거리는 벌들의 날갯짓 소리와 마늘의 매운맛이 느껴져 울컥,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두 분께 신성한 영광을!



 뒤늦은 공부를 묵묵히 후원해 주신 남편 김성수씨, 아들 정민, 딸 지예. 함께여서 더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목포대 국문과 은사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바람이 불었지만 여전히 더웠고 햇볕은 따가웠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렸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종내에는 넘어지고 말 것임을 안다. 이제 나는 자전하는 두 개의 달을 씽씽 굴리고 말 것이다.



 포란의 끝을, 날카롭게 깨어주신 이문재 선생님과 나희덕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줄(啐)의 성급한 몸부림에 탁(啄)으로 화답이 온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지만, 오래 달을 품겠습니다. 그 달이 깨어져 맑은 새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마음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끝으로 은둔의 스승께 새 회초리를 장만해 드리고 남쪽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김미나=1964년 전남 여수 출생.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육대학원 졸업.





시 심사평



관찰·상상력에 탄탄한 문장…시 영역 확장시킬 노련한 신인










시 본심 심사 중인 이문재(왼쪽)·나희덕씨. [변선구 기자]



예심을 통과한 응모자는 23명이었다.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었지만, 표현하려는 바에 견주어 언어의 외피가 너무 크다는 단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시어는 현란하고, 몇몇 문장은 유니크했지만, 정작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네 응모자의 작품들을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



 정지오씨의 ‘치통’ 외 5편은 타자와 소통하려는 화자의 의지를 중심에 놓고 있었지만 빈번한 비유가 의미를 빚어내지 못했다. 낯선 시어들을 연결해 난해한 이미지를 만들려 하지 말고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박은지씨의 ‘내일 너를 만난다는 생각에’와 ‘샘다방’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그런데 개연성이 부족했다. 너를 만나러 가는데 왜 소화제를 먹는지, 왜 손발이 차가워지는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샘다방’은 리듬감이 뛰어났지만 중간 부분에서 산만해지고 말았다. 4연 정도로 압축했다면 완성도가 훨씬 높았을 것이다. 박현준씨의 응모작은 다른 응모작에 견주어 일상적 언어를 시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시공간의 맥락이 희미했다. 시공간의 비약이 심하다는 말이다. 시의 핵심 요소인 시간과 공간(장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당선작은 김미나씨의 ‘포란의 계절’로 결정했다. 관찰력과 상상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문장도 탄탄했다. 응모작 6편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믿음직스러웠다. “날개에 붙어 있는 공중의 주소”를 보는 눈이 우리 시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갈 것이다. 노련한 신인이 탄생했다.



 시인 지망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그런데 강박은 추진력이 되기 어렵다. 새로운 것보다 ‘다른 것’을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운 것은 하나지만, 다른 것은 여럿이다. 새로운 것은 앞에만 있지만, 다른 것은 양 옆, 앞뒤, 위아래에 다 있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의 시야는 좁고, 다른 것의 시계는 넓다. 새로운 것이 미래와 연관된다면, 다른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보다 다른 시가 더 좋을 수 있다. 다른 시가 더 새로울 수 있다.



◆본심 심사위원=나희덕·이문재(대표집필 이문재)

◆예심 심사위원=권혁웅·문태준



시 본심 진출작(23명)



● 권민자 : ‘새’ 외 4편

● 김미나 : ‘나무의 울음’ 외 5편

● 김잔디 : ‘화훼공원’ 외 4편

● 김지은 : ‘우생학’ 외 4편

● 김창훈 : ‘정육점’ 외 4편

● 박근영 : ‘코피 루왁’ 외 4편

● 박봉서 : ‘춘천역전’ 외 4편

● 박용우 : ‘주름’ 외 4편

● 박은지 : ‘내일 너를 만난다는 생각에’ 외 4편

● 박현준 : ‘Free Size’ 외 4편

● 서진배 : ‘그 여자의 거실에는 기차가 달려가지’ 외 4편

● 이상협 : ‘벌레의 귀향’ 외 4편

● 이용석 : ‘일어나라, 향동동이여’ 외 4편

● 이정현 : ‘피날레’ 외 12편

● 이해존 : ‘감별사 K’ 외 5편

● 정수인 : ‘요르문간드’ 외 5편

● 정지오 : ‘치통’ 외 5편

● 정지우 : ‘바람 媒染(매염)’ 외 5편

● 조유선 : ‘비대칭의 수기’ 외 4편

● 조창규 : ‘이상한 가족상품 특별전’ 외 4편

● 최상훈 : ‘버스 정류장’ 외 4편

● 하미숙 : ‘샌드 페인팅’ 외 7편

● 황소해 : ‘모래나무’ 외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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