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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숲속 나무 생사 결정하는 ‘나무 판관’아시나요





올해는 유엔이 정한 ‘숲의 해’
배상원 갱신·육림연구실장
간벌할 나무 고르는 판정관
“숲 관리, 사람 육성과 같아”



배상원 박사가 광릉숲 내 간벌 시험지에서 잣나무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무에 맨 금속띠는 성장 측정계로 나무의 지름이 커지면 함께 늘어난다. [신동연 선임기자]





“좋은 숲을 만드는 과정은 사람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주변 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나무는 잘라내고, 미래목(future tree)으로 선정되면 잘 자라도록 지원해주니 장학생이 되는 것과 비슷하죠.”



 경기도 포천·남양주시에 걸쳐 있는 광릉숲 내 산림생산기술연구소의 갱신·육림연구실장 배상원(57) 박사는 별명이 ‘나무 판관(判官)’이다. 광릉숲뿐 아니라 한 달에 절반은 전국 숲을 돌며 상태를 조사하고 베어내야 할 나무와 키워야 할 나무를 판정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숲 전문가인 그는 올해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를 맞아 세계의 숲 이야기를 담은 『숲에서 만나는 세계』를 펴내기도 했다.



 최근 광릉숲 간벌 시험지에서 만난 배 박사는 “숲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만큼 사람을 키우듯 숲을 정성껏 가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나무 심기와 함께 일정한 주기와 기준에 따른 간벌(솎아베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벌 시험지에서 70여cm 간격으로 자라고 있는 잣나무 두 그루를 가리키며 “47년 전 같이 심은 것인데 성장 환경의 미세한 차이와 유전적 요인으로 하나는 지름 31.6㎝로 자랐는데 다른 하나는 19.7㎝다. 높이는 약 20m로 비슷하고 둘 다 비교적 잘 자랐지만 숲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 나뭇가지들의 경쟁 등을 고려할 때 작은 나무는 옆의 큰 나무뿐 아니라 주변 다른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기에 잘라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목’을 정할 때는 쓸만한 나무까지 베어내는 경우가 많아 인간적인 고뇌를 느낄 때도 많다고 했다. 미래목은 크고 멋진 숲속의 대표 나무로 키우기 위해 선정하는데, 미래목이 정해지면 주변 5m 안에 있는 나무는 모두 베어낸다. 미래목이 햇빛을 충분히 받고 다른 나무와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배 박사는 “과거 숲 관리가 산을 푸르게 하고 나무를 빨리 키워 좋은 목재를 생산하는 게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탄소흡수원, 생물다양성, 경관, 휴양지 같은 숲의 고유한 기능적 측면이 강조된다”며 “위압적인 느낌이 강한 미국이나 독일의 숲에 비해 우리 숲은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은 장점이지만 아직 숲 선진국에 비해 뒤진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조성된 지 40~50년 된 숲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해 숲의 세대 구성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어린 숲, 20~30년 숲, 100년 넘는 숲 등을 다양하게 키워야 나라 전체로 좋은 숲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염태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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