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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오늘의 닌텐도 만든 오타쿠 정신







김광욱
한국교세라미타 사장




업무차 일본에 가면 스스로를 ‘스시 오타쿠(壽司 お宅)’라고 소개하는 요리사가 있는 초밥집에 종종 들른다. 아버지가 하시던 초밥집을 물려받아 대를 이어 하는 모양인데, 매번 갈 때마다 받는 접시가 조금씩 다르다. 음식을 내놓는 요리사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밥 한 끼에 무슨 정성을 저렇게 다할까 싶으면서도 매번 쏟는 집중력과 자부심에 감탄할 때도 많다.



 ‘오타쿠’는 특정 관심사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는 모이면서도 이외의 사람과는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 외곬의 일본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극단적인 매니어 혹은 요즘 유행어로 ‘○○ 폐인’ 정도 되는데, 이들을 어두운 방 안에만 갇혀 있는 사회 부적응자로 바라보는 것은 오산이다. 이들의 많은 수가 특정 분야에 대해 생계와 연계되어 매일 연구하는 전문가 혹은 그 이상의 식견과 열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올 수 있었던 힘으로 ‘오타쿠 문화’를 꼽기도 한다. 전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 개발사 닌텐도의 출발은 컴퓨터와 게임에 미친 해커들과 괴짜들로 뭉친 ‘게임 오타쿠’ 집단에서부터였다. 교토의 한 허름한 가내수공업 공장에 불과했던 닌텐도는 쉽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의 개발을 통해 그들처럼 게임을 즐기는 문화 향유 계층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닌텐도를 하나의 시대적 아이콘으로 부상시켰다.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샐러리맨 연구원에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도 긍정적인 관점에서의 오타쿠다. 결코 우수했다고 볼 수 없는 성적에 학부 출신인 다나카 고이치는 대학이나 순수 연구기관이 아닌, 영업성을 띤 지방 기업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화학 분야에 몰두해 결국 누구보다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현재 몸담고 있는 일본 사무기기 전문업체 교세라미타도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별난 실험을 계속 한다. 프린터 복합기의 소음을 1데시벨(dB) 줄이기 위해 드럼 등 내부 장치나 외장재를 수없이 교체하고, 무음향실에서 수만 번의 실험을 계속 한다.



 오타쿠의 미덕은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작은 분야에서라도 노력을 지속해 결국 ‘최고’의 것을 찾아낸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원천 기술’이 사회에 생겨나게 된다.



 원천 기술 확보는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때,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트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몰입이 가장 중요한데,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좋아하는 것에 빠지는 젊은이를 찾기 어렵다. 무엇인가에 빠지더라도 생계를 포기하거나 사회와 격리되어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다. 공부하는 기간이 긴 이공계나 순수 학문에 대한 기피 현상은 심화되고 모두 원하는 곳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만을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원천 기술을 가진 긍정적인 오타쿠가 생기기도, 살아남기도 어렵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 있다. 개인의 즐거운 몰입을 인정하고 이를 응원해줄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절실한 때다.



김광욱 한국교세라미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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