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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블랙아웃] 1시간 뒤 보고받은 최중경, 현장 안 가고 청와대 만찬





구멍 뚫린 위기 대응 시스템 … 최 장관 문책론 대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왼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전 사태에 따른 지식경제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의 책임 공방이 뜨겁다. 전력 공급 실무 부서인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 전력수급계획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지식경제부는 늑장 보고와 안이한 대응으로 국가 전력 관리 시스템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이상 기온이 예고됐는데도 “예측 못한 무더위 때문”이라며 날씨 탓을 하는가 하면 전력 대란 당일인 15일 오전 11시 이미 징후가 포착됐는데도 4시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게다가 주무 장관인 지식경제부 장관은 순환정전 실시 한 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야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를 찾아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지겠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국가 전력 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의 ‘15일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에 따르면 오전 10시 전력 사용량은 6145만㎾를 기록했다. 오전 11시에는 6420만㎾에 달해 정부가 이날 최대 전력수요량으로 예측했던 6400만㎾를 넘어섰다. 한낮 무더위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미 경고음이 울렸지만 전력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요예측에 실패하고도 무더위만 탓했다. 수요예측은 한국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지경부는 감독책임을 진다. 수요예측은 예년, 최근 수요 추세를 감안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30도에서 1~2도만 차이가 나도 수요는 확 변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날씨 예보가 바뀌는 사이에도 전력거래소의 최대 수요예측은 바뀌지 않았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섭씨 28도로 예보된 9일 전력거래소는 최대 전력수요를 6400만㎾로 잡았다. 13일 기상청이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이라고 수정 예보한 뒤에도 거래소의 최대 수요예측은 그대로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울을 기준으로 15일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일주일 전부터 예보했으며 이를 관계장관 회의에서 알려줬다”며 “전력 당국이 충분히 대처할 시간이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전체 발전량의 11%를 감당하는 발전소 23기가 이날 동시 정비에 들어간 것도 안일했다는 지적이다. 정비계획의 큰 틀은 전력거래소가 1년 전에 짠다. 그러다보니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예측 실패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 15일 오후 3시 예비 전력은 149만㎾까지 떨어졌다. 적정선인 400만㎾를 크게 밑돌았다. 순환정전 실시도 이때 결정됐다. 당시 예비 전력이 갑자기 크게 떨어진 데는 비상용 양수(揚水)발전기의 가동이 중지된 영향이 컸다. 밤새 물을 퍼 올려놨다가 다음 날 발전하는 시스템으로 발전량이 392만㎾에 달한다. 그런데 전날 충분히 물을 담아 놓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8시간가량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기들이 이날은 6시간 만에 가동을 멈췄다. 지경부 관계자는 “그 정도로 전력이 필요할지 예상을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보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지경부의 최중경 장관이 단전 사실을 공식 보고받은 것은 오후 4시 간부회의 때였다. 이미 단전(斷電)이 시작된 지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였다. 최 장관의 이날 행보도 논란거리다. 최 장관은 보고를 받고도 오후 6시쯤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한국과 콜롬비아 정상만찬에 참석한 뒤 오후 10시30분쯤 귀가했다고 한다. 아무리 정상 만찬이라지만 국가 대란이 발생했는데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안팎서 최 장관 문책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편 전력 관계자들은 이날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기본적인 사실부터 당사자들 간의 진술이 엇갈린다. 지경부는 전력거래소가 먼저 순환정전 조치를 취하고 이후에 지경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정반대로 진술했다. “(순환정전 조치 전인) 2시50분 지경부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각 단계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렸고 그 과장은 ‘사정이 그러하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와 발전소 건립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로 새 발전소를 많이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력난의 주범인 싼 전기요금도 해결 기미가 없다. 홍익대 전영환(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요금이 싸다 보니 냉·난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 전기 낭비를 줄이지 않는 한 전력난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조민근·손해용·허진 기자





◆수요예측=전력거래소는 장기·중기·단기 전력수요를 예측한다. 하루 단위 수요예측은 기온 등 날씨, 평일인지 주말인지 여부, 월드컵 축구 등 대규모 이벤트 여부 등 전력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예측 프로그램에 입력해 결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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