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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원인 조사 안 하고 경과 보고만 한 우면산 조사단







양원보
사회부문 기자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최종 조사 결과가 15일 발표됐다. 지난 7월 27일 사고가 발생한 지 40여 일 만이다. 내용은 이렇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지반이 약해졌고 무너졌다.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불어나 흙더미와 나무를 쓸었다. 이게 눈덩이처럼 불어나 아파트를 덮쳤다.’ 전문가 16인이 참여한 원인조사단의 결과 보고서다.



 이건 ‘원인 조사’를 하라고 시켰더니 ‘경과 보고’만 한 격이다. 폭우가 내린다고 모든 산이 무너지진 않는다. 서울에만 우면산 같은 절개지가 71곳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우면산에서만 그 난리가 났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산책로 만든다고 산 헤집어 놓고, 약수터 만든다고 물길을 뒤집어 놓은 것은 아닌지. 오죽했으면 서초구 피해주민들이 “우롱하는 거냐”고 했을까.



 문제는 조사단이다. 이들은 애초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 조사단을 꾸린 게 서울시였다. 조사단은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발표를 미뤄 달라는 서울시 요구에도 순순히 따랐다. 물론 시에선 “정형식(전 한양대 교수) 단장에게 단원 선임을 모두 일임했다”(최광빈 푸른도시국장)고는 했다. 하지만 그럴 거였으면 “공동조사단을 만들자”는 피해 주민들 요구는 왜 모른 척했는지 대답해야 한다.



 구성도 아쉬웠다. 모두 ‘공학자’였다. 지반·건설·사방공학자들만 있었다. ‘방재행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연세대 조원철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는 “관(官)의 생리를 아는 행정전문가가 투입됐어야 시와 구청의 잘못을 캘 수 있었다”고 했다.



 공학자들이 거짓말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사단의 어정쩡한 결과 발표를 접하면서 원인을 더 치열하게 캐고, 이에 따른 책임소재를 밝혀내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믿을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날의 산사태로 16명의 귀중한 목숨이 세상을 떴다. 제2, 제3의 산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이게 16명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양원보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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