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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외눈박이가 되지 않으려면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 “안철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사석에서 만난 미 고위 당국자가 물었다. 당황해 하는 기자에게 그가 또 물었다. "박원순은요?” 오래전이지만 취재 현장에서 두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 기자는 “인간적으로 좋은 분들”이라고 답했다. ‘인간적 측면’이란 단서를 붙인 것은 우선 기자의 정치적 선호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웠고, 또 그것 말고는 아직 두 사람을 판단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치 영역에서 보자면 안철수와 박원순은 출발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 최근 출간된 딕 체니의 회고록을 읽었다. 역대 공화당 정권에서 부통령, 국방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체니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하드파워 외교를 신봉한 강성(强性) 보수주의자였다. 체니는 책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같은 정권의 연성(軟性) 동료들까지 공격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콜린 파월이 도마에 올랐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떤 환경이 그에게 이토록 강한 주장을 펼 수 있는 확신을 가져다 주었을까. 그런 관심으로 책을 읽다 보니 두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2004년 7월 체니는 부통령 전용기 의자에 앉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재판을 생중계 중인 TV를 보고 있었다. 사진 왼쪽 하단에 살짝 보이는 로고가 보수 성향으로 이름 높은 ‘폭스 뉴스’였다. 또 한 장의 사진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출장 길에 오르는 체니가 신문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이라는 제호가 선명했다. 사진 두 장이 체니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순 없다. 그러나 그가 주로 자기 생각과 비슷한 성향의 TV와 신문을 가까이 했다는 유추는 가능할 것이다. 체니는 보고 싶은 것을 골라 보면서 40년간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것이다.



 #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웹사이트에는 흥미로운 코너가 있다. 매일 ‘오바마 백악관’의 입장에서 ‘미국인들이 절대 읽지 않았으면 싶은 기사’와 ‘꼭 읽었으면 하는 기사’를 분류해 놓았다. 16일 오바마에 대한 무당파(無黨派)의 지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기사는 전자에, 그래도 오바마가 공화당 의회 지도부보다는 낫다는 칼럼은 후자에 실렸다. 오바마는 타협을 아는 대통령이다. 그런 오바마 정부도 “폭스 뉴스는 언론도 아니다”고 했었다. 오바마의 ‘오벌 오피스’에 설치된 벽걸이 TV는 CNN 채널에 고정돼 있는지, 탁자엔 뉴욕 타임스만 놓여 있는지 궁금하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문을 읽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였다. 참모들이 분석 정리한 요약본만 봤다. 때때로 ‘대통령에게 좋은 뉴스’를 발견했을 때만 참모들은 기사 전문(全文)을 대통령에게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라 살림이 거덜나고 있는데도 극단적인 당파성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정치를 보면서, 스스로만 확신에 찬 외눈박이가 되지 않으려면 어느 쪽이든 열린 마음으로 자신과 다른 주장을 살펴보는 지혜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인물들이 등장하는 국면을 맞아 한국 정치권이 앞장서면 어떨까.



김정욱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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