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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영구 결번









미국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등번호를 정착시킨 팀은 1929년의 뉴욕 양키스였다. 당시엔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3번을 치던 베이브 루스가 3번을, 4번 타자 루 게릭이 4번을 등에 다는 식이었다.



 1939년 5월 2일, 양키스 라인업에서 게릭의 이름이 빠지자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17년간 2130 경기에 개근해 ‘철마(iron horse)’라는 별명이 붙은 그였기 때문이다. 병명은 현재 ‘루 게릭 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쓰러진 스타에게 구단은 메이저리그 최초의 영구 결번(retired number)을 선물했다. 이후 양키스에서 뛰는 어떤 선수도 4번을 달 수 없게 됐다. 그해 7월 4일, 게릭은 은퇴식장에서 “나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라며 눈물을 흘렸고 2년 뒤 숨을 거뒀다.



 그 뒤로 스타 플레이어들이 은퇴할 때면 영구 결번(缺番) 여부가 관심사가 됐다. 물론 각별히 인연이 두터운 팀과 선수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영예다. 전설적인 영웅들의 경우 여러 구단이 앞다퉈 영광을 바치기도 했다. 27년(1966~93)에 걸쳐 리그를 지배한 대투수 놀란 라이언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데뷔)의 30번,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성기)와 텍사스 레인저스(은퇴)의 34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겼다. 세 구단 모두 그의 전설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웃음을 사는 영구 결번도 있다. 축구 영웅 펠레의 등번호 10번이 뉴욕 코스모스의 영구 결번이 됐을 때 축구 팬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데뷔 후 19년간 브라질 산토스에서 뛴 그가 왜 은퇴 직전 단 3년 뛴 팀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14일 작고한 투수 최동원의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프로 출범 이전, 아마추어 롯데 시절부터 계산하면 8년의 인연이니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예외를 빼면 영구 결번 발표 시기는 선수의 은퇴 무렵이다. 자이언츠는 1990년 그가 은퇴한 뒤 10년 넘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이언츠가 지금부터 ‘최동원의 영광’을 보유할 생각이라면 1988년 왜 그를 갑자기 트레이드했는지, 왜 지금껏 외면했는지를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팬들에겐 그게 예의가 아닐까 싶다.



송원섭 jTBC 편성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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