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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어떼 만난 MB와 노인







심상복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바다로 나간 지 85일째 되는 날 노인은 마침내 청새치 한 마리를 잡는다. 배보다 더 큰 녀석을 뱃전에 매달고 뭍으로 향한다. 피 냄새를 맡은 상어떼가 덤벼든다. 칼을 꺼내든 노인은 온 힘을 다해 몇 마리 죽이지만 다른 놈들이 끈질기게 괴롭힌다. 항구로 돌아왔을 때 고기는 뼈밖에 남지 않았다.



‘MB(이명박)노믹스’의 핵심이라던 감세정책이 ‘인간 상어떼’에 뜯겨 나가고 말았다. ‘747공약(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은 이제 형체조차 짐작할 수 없게 됐다. 노인은 거친 파도와 상어떼에 맞서 사력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이 정부는 여론의 눈치만 보다 핵심 정책마저 포기했다. 거친 현실에서 자신을 지켜 내려는 처절함은 찾아볼 수 없다. 노인에게 보낼 박수를 MB에겐 보낼 수 없는 이유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 세금을 낮춰 내수경기를 자극하고, 종국엔 세금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한두 달도 아니고 지난 3년간 고수해 온 논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득세 감세가 어렵다면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계속 믿으란 말인가.



 정권이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우왕좌왕이다. MB정부는 출범과 함께 ‘기업 프렌들리(친기업)’를 내걸었다. 그런데 요즘은 대기업을 거의 적으로 여긴다. 그래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봉에 선 공정거래위원회 김동수 위원장이 가진 무기는 공정거래법이다. 그런데 이건 가만 두고 ‘불법무기’를 휘두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팔을 비틀어 입점 수수료율을 강제로 낮추게 한 것이 최근 사례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적 계약을 휴지조각 취급하는 건 행정력의 오만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전화 요금을 낮추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명색이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가 시장을 장기판의 졸(卒)로 본다.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이 서슬 퍼런 정권에 대기업은 숨을 죽인다. “노무현 정부 때도 이러진 않았어.” 최근 어느 회장은 이렇게 넋두리를 했다.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대기업을 압박하면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게 자가당착이다.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기존 거래업체에 초점을 맞춘다. 대기업이 왕족이라면 1차 협력업체는 귀족쯤 된다. 왕족을 견제해서 귀족을 키우는 정책이다. 지금 협력업체 명단에 들지 못한 기업은 기회 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먹이사슬의 저 아래 단계에 있는 수많은 작은 기업들은 계속 한기(寒氣)를 느껴야 하는 이 모순을 어쩔 것인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정부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개인 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리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따라 늘어난 영업이익을 증여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법리 논쟁에서 정부가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핵심인 유류세 인하는 외면하고 정유사와 주유소 팔 비틀기도 계속되고 있다. 설렁탕·삼겹살 등 외식비와 식품값도 잡겠다고 나섰는데 무슨 효과가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물가안정을 위해 애쓰는 정부 노력을 일부러 깎아 내리려는 게 아니다.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장관들의 제스처는 컸지만 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한 번도 목표인 4%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칼을 휘두르니 반짝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다. 몇 달 뒤면 원위치로 돌아가거나 부작용만 양산하는 정책은 펴지 않음만 못하다. 소신도 논리도 없이 청와대 눈치만 보는 장관들 탓에 정부 신뢰만 추락하고 있다.



심상복 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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