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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계육상대회가 바꾼 대구 민심







송의호
대구경북취재팀장




추석 연휴 대구시내 주요 거리에는 만국기가 휘날렸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나라들이다. 대구스타디움은 개방되고 우사인 볼트, 류샹 등 육상 스타의 현수막도 보였다. 대회가 끝난 지는 열흘이 지났다. 대구시는 귀성객에게 대회의 감동을 전하고 싶어 거리에 홍보물 등을 그대로 두었다. 그만큼 대구는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자랑스러워한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시민 덕분에 성공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자화자찬만은 아니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지방에서 열렸지만 202개국 선수 1945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국빈급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46명이 참석했다. 9일 동안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은 44만6000여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시민은 금메달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메달 감”이라며 “대구를 헬싱키와 함께 세계 육상도시로 지정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배스천 코(영국) 2012 런던올림픽조직위원장은 “You raised bar”(당신들이 수준을 높였다)라며 “런던이 대구의 노하우를 도입하겠다”고 평했다. 덕담 수준 이상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이래 가라앉은 도시 분위기는 단번에 반전됐다. 물론 장시간을 기다리게 한 셔틀버스 운행 등 다소의 미비점은 있었지만.



 텅 빌 것을 우려한 스타디움은 어떻게 평균 91% 만석이 되었을까. 육상대회 한번 본 적 없는 시민들이 선수와 호흡을 맞춰 응원한 까닭은 무엇일까. 대회 조직위원회 조해녕 공동위원장은 그 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시민들의 사명의식”으로 해석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대구는 영영 재기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기도 했다.



 대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회 유치 과정에서 지원 대신 정부의 견제와 냉대를 받았다. 자칫하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세계 3대 스포츠대회를 유치하고도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회 직전인 7월이 돼도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걸려 분위기는 뜨지 않았다. 4년을 준비한 세계대회는 지방 행사로 변질돼 갔다.  



 돌아보면 시민들은 올해 영남권 신공항과 세계육상에서 한 마음이 됐다. 신공항은 무산돼 지역 정치권의 무기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육상에서 정치권의 무관심에 분개해 스스로 일어섰다. 대회 유치 과정에서는 지역이 한나라당 일색인 한계도 실감했다. 신공항의 분노에서 육상의 자긍심으로 옮겨간 민심은 쇄신과 개방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 그동안의 정당 지지 방식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경북대 김규원(사회학) 교수는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역동성이 도시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며 “시민들 사이에서 그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야당은 요즘 총선을 앞두고 과거와 달리 괜찮은 인물들이 잇따라 문을 두드린다고 전한다. 지역 정치권은 지금 스타디움에서 훌쩍 커진 시민의식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의호 대구경북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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