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시스템에어컨은 죄가 없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14일 지식경제부는 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각종 방안을 묶어 내놨다. 그 속에는 시스템에어컨을 고효율 기자재 인증 대상에서 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인증을 받으면 따라오는 공공기관 우선 구매, 융자 지원 등의 각종 혜택을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개별 에어컨을 설치할 때보다 효율이 높다며 사용을 권장한 지 3년 만이다.



 이는 전력 소비를 줄여 최근 해마다 되풀이되는 겨울철 전력난을 좀 줄여 보자는 의도다. 실제 전력 수요가 최대로 몰리는 ‘전력피크’는 2009년부터 여름이 아닌 겨울철에 나타나고 있다. 전기로 난방을 해결하는 사무실과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그리고 그 주범으로 찍힌 게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에어컨이었다. 지경부에 따르면 시스템에어컨 등 멀티전기히트펌프시스템(EHP)은 그간 140만 대가 보급됐고, 겨울철 전력피크 때 전체 전력 수요의 6%를 차지한다.



 하지만 시스템에어컨을 향한 이런 ‘단죄’는 근본 처방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시스템에어컨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싼 전기료가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에어컨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도 전기요금이 과도하게 억제됐던 때와 일치한다. 정부가 억누른 이유는 많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서민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그리고 요즘은 고공행진하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4.9%를 올렸지만 아직도 원가 회수율은 90.3%에 그친다. 최소한 7%대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경부와 한국전력의 주장은 정치권과 물가 당국의 기세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다 여기저기서 험한 꼴 많이 당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전기료 포퓰리즘’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 사이 대규모 누적적자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한전은 해외 수주 입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고, 주가 하락에 화난 주주들은 한전 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포퓰리즘의 끝이 항상 비극인 것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철칙 때문이다. 싼 전기료에 지금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같지만 국민이 치러야 할 계산서는 지금도 한편에서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2, 제3의 시스템에어컨을 찾느라 바쁘다. 에어컨은 죄가 없는데 말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