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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전문기자의 경제 산책] 포퓰리즘 vs ‘책임 국민’







김정수
전문기자




온 세상이 위기란다. 모든 선진국에서 나랏돈이 발등의 불이 됐다. 이들의 위기는 곧 신흥국과 개도국의 위기다. 신흥국은 선진국에 대한 수출로 살고 있고, 개도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자비에 목을 걸고 있어서다. 선진국이 잘돼야 우리도 잘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까운 시일 내에 선진국이 잘될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걱정이다. 미국 행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며 4700여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나라 씀씀이 한푼 늘리기에 질색을 하는 야당이 버티고 있어, 그 돈을 쓸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반발 때문에 유럽 부국들이 빈사 직전의 유럽 빈국을 도울 수가 없다. 돕지 않자니 빈국의 재정위기가 부국의 금융위기로 번질 것 같아 진퇴양난이다.



 일본은 일본대로 다급하다. 20년 불황 끝에 올 3재(災)까지 만나 한시가 급하지만, 돈도 없고 걸핏하면 딴죽을 거는 야당 때문에 부양 카드를 꺼내지도 못한다. 선진국 모두가 돈도 없고 해결의 길로 나라를 이끌 리더십도 없다. 재정과 정치의 복합 위기(double crisis)인 것이다.



 이들은 모두 나라 안에선 야당을, 나라 밖에선 다른 나라 탓을 한다. 미국 오바마만 하더라도 나라 안에서는 공화당 때문에 경기를 되살릴 수 없다고 하고, 나라 밖에 가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여유 있는 나라가 빚에 허덕이는 나라를 돕지 않는 탓이라고 한다. 유럽은 유럽대로,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 미국이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게 미국의 정치 경색이라는 입장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나라 안에서는 야당의 비(非)협조가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고 하고, 나라 밖에서는 (통화 살포 등) 선진국의 무책임한 정책이 일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한다. 주요 7개국(G7)은 있으나마나 한 모임이 되고 말았다. 주요 20개국(G20)도 비슷한 신세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그래도 낫다. 적어도 아직은. 재정 사정이 그다지 나쁘지 않고 (작금에 우왕좌왕 헤매서 그렇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재정이나 정치적 위기를 운운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나름대로 내일의 복합위기를 키우고 있어서다. 여야 할 것 없이 재정의 뒷받침 없는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지금 분위기로는 대통령이 속한 정당과 국회 다수당이 엇갈릴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선진국도 우리나라도 마냥 정권이나 리더십을 탓할 수는 없다. 국민의 탓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지금과 같은 상황에 빠트릴 것이 뻔한 정책을 펴겠다는 정권을 지지해 준 것도 국민이요, 한 해는 표를 이리 찍었다 다른 해는 저리 찍었다 해 정치경색을 만든 것도 그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위기에 빠진 나라에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려주는 지성과 양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이라고 불렀을 테니까. 그들이 ‘이건 우리가 갈 길이 아니다’고 외쳤음에도 오늘날 위기의 선진국이 만들어졌다면, 그것 또한 국민의 선택이고 따라서 그들의 책임이다. 국민의 선택이 오늘날 선진국의 무책임 정부를 들어서게 한 것이다. ‘내가 벌어 내가 쓴다’는 자립(自立) 국민이 아니라 ‘모든 걸 정부가 해줘야 한다’는 의존(依存) 국민이 되기로 작심한 결과가 오늘의 선진국 경제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그 선택의 값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세대를 넘어 아주 긴 기간 동안 지불할 수밖에 없다.



 성장이든 안정이든, 복지든 일자리이든, 그걸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책임 국민(responsible people)뿐이다. 책임 지는 정당을 골라내는 안목,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포퓰리즘에 현혹되지 않는 지혜, 오늘 누리기 위해 내일 부담을 지겠다는 책임의식, 이들을 갖춰야 제대로 된 국민이다. 이는 배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그 일깨움을 정치인한테서는 기대하지 말라. 선진국 정치인도 이건 못하더라). 문제는 이게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나라가 심하게 바닥을 쳐야 비로서 스스로 깨닫는 게 상례다. 그래서 걱정이다. 우리에게 당장 또 언제나 필요한 것은 지혜로운 ‘책임 국민’이다.



김정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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