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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년 이끌 화두는 2018 평창·스마트·One Asia

8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중앙SUNDAY ‘10년 후 세상 위원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윤상직 차관=대한민국은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미래예측이 가장 어려운 나라인 것 같다. 아들보다 딸,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렇게 빨리 확대되는 걸 보면서 새삼 변화의 속도를 실감한다. 변화의 진폭도 정보화 물결을 타고 커져만 간다. 미래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건 무의미하다. 우리의 미래는 상당 부분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것은 가난 탈출과 자유·행복에 대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어느 때보다 ‘기본’을 다스리고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10년 후 미래를 전망할 때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중요한 과정으로 작용할 거라 본다. 미래를 만들 동력을 우리 사회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키워드로 ‘스마트 라이프’를 잡았다. 5세대 이동통신 기반 스마트 라이프, 나아가 탄소 배출량이 전무한 ‘탄소 제로 시티’도 선보일 수도 있다. 한국인은 스마트 라이프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남에게 관심이 많고 간섭하기 좋아하고 공동체의식이 강한데 이건 융합시대에 들어맞는 성격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원 아시아(One Asia)’ 개념이다. 10년 안에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최소한 동북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도 동북아 성장 잠재력을 키워줄 것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라서야 하는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수직적 생태계에서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생태계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

중앙SUNDAY ‘10년 후 세상 위원회’ 출범 6개월 간담회

사회(이양수 중앙SUNDAY 편집국장 대리)=10년 후 시리즈를 6개월간 하면서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눈앞의 현실에, 선진국 따라 배우기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내년엔 총선·대선이 있는데 급조된 비전이나 정책 이슈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컨센서스를 지금부터 넓혀가는 게 바람직하다.

성장·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과 배려
곽재원 대기자=21세기의 초반 10년은 20세기의 앙금을 털고 가는 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21세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삼성이 흔들리고 노키아가 망가지는 현상을 들여다보면 개벽에 가까울 정도의 변화를 실감한다. 미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여서 중지를 모아 미래를 끌고 나가야 한다. 9·11 테러 10주년인데 9·11 이후 미국의 균형점이 깨지면서 이율배반과 표리부동의 시대를 맞이했다. 아프리카·중동의 정권 몰락도 그 연장선상이 아닐까 한다. 기술과 성장에 젊은이들이 환멸을 느끼는 것도 성장에 대한 이율배반과 표리부동 때문이다. 앞으로 10년은 이런 표리부동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탁 이사장=10년 후 세상 시리즈는 미래 예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다뤘으면 좋겠다. 요즘 최대 화두는 사회 양극화인 것 같다. 얼마 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지금처럼 양극화가 진행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발언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발언 강도가 높아지는 게 젊은 층의 기류가 아닌가 싶다. 사회 양극화는 최근 영국 청소년 폭동에서도 보듯 선진국에서도 일어나는 문제다. 미국 학자가 쓴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는 하느님에게 ‘옆 집 암소를 죽여주세요’라는 소원을 비는 사람 얘기가 나온다. 자기도 암소를 사고 싶지만 살 형편이 못 되니, 잘 되는 옆집의 불행을 바란다는 거다. 내가 열심히 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으면 가진 사람들을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현상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진행 중이다.

임현 센터장=미래학에서 10년 후 예측이 제일 어렵다. 개별적·미시적 예측보다는 종합적·포괄적 예측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중앙SUNDAY가 다양한 분야를 과감히 다뤘지만 최근 중요한 화두가 된 복지 문제나 재난 대비와 같은 부분도 포함되면 좋겠다. 사회의 부정적 모습도 제시하는 건 어떨까. 10년 후에 정책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나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 직시해보는 게 필요하다. 기술을 개발할 때 역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가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상상력을 동원해 깨우는 것이다.

노소영 관장=10년 후를 생각하면서 10년 전을 되돌아봤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과 같은 것은 무엇인가. 두 가지 포인트로 말씀드리겠다. 먼저 10년 후에도 테크놀로지가 중요할 것인가. 당연히 기술은 중요하다. 항상 중요했다. 20세기엔 특히 그랬다. 그런데 21세기에도 계속 그럴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본다. 두 번째는 조금 센 얘기인데 앞으로 10년 후에도 젊은 층이 보수신문을 볼 것인지다. 젊은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북한에 대해 동정하는 사람들이 많으면서 부르주아적 취향을 보인다. 그러면서 미국, 대기업, 보수 정당에 대해서는 ‘나쁘다’는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 왜 그럴까. 보수층이 얘기하는 성장이나 기술, 이런 화두가 마음에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엔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라는 게 중요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그런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지식 아닌 지혜 발휘해야 ‘스마트 라이프’
방석호 원장=범위를 좁혀 정보통신기술(IT)에서 보자.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가 최근 한국에 와서 “IT 분야에서 한국은 더 배워야 할 국가가 없다”고 얘기했다. 미국에서 올 연말에나 하려고 하는 DMB도 우린 이미 익숙하다. 문제는 이런 기술적 인프라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IT 분야에서 우린 과거의 방향 설정을 반복하는 게 많은 것 같다. 지식경제도 중요하지만 창조경제가 중요해졌다. 그런데 정책은 지식경제 방향으로 가고 있다. 10년 후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창의성이 중요하다. 안철수 교수가 사회 문제를 지적한 것만으로도 젊은 층이 열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우리 사회에 숨쉴 공간이 없단 얘기다. 새로운 것, 창조적인 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하다. ‘스마트’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그것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혜를 뜻하는 것 아닌가.

최재천 교수=어느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도(道)가 트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1만 시간을 투자하려면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10년 후 예측이 제일 어렵다고는 하지만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다 보면 무언가 되지 않을까. 미래에 대한 그림을 우리가 잘 그리긴 하는데 준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잡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요즘 ‘융합’과 ‘스마트’가 화두인데 융합이란 정말 무엇인가. 융합에서 한자 ‘융(融)’은 다리 셋 달린 솥 옆에 벌레 충을 붙인 것인데, 솥에 뭘 넣고 끓이면 형체를 잃으면서 부글부글 김이 나오는 게 벌레 모양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융합은 정말 서로 녹아들어야 한다고 본다. 융합은 적극적 개념이다.

사회는 융합 얘기하는데 학교는 역주행
이덕환 교수=사회적 계층이동의 단절이 문제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은 계층이동이 잘 이뤄지고 사회격차도 작은 편인 시대다. 미시적 수준에서 튜닝을 하고 있는 걸 우리가 너무 과장하는 건 아닐까 싶다. 우리가 10년 후 미래에 대해 얘기하게 된 이유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내일을 걱정했는데 이젠 10년 후 세상을 내다볼 수준까지 된 거다. 불안해 하지 말고 여유롭게 접근을 했으면 좋겠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이 중요할 것 같다. 요즘 교육과학기술부의 수학교육개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수학을 문과·이과뿐 아니라 경영 수학, 예술 수학으로도 더 세분하자는 말이 나오더라. 답답하다. 사회는 융합을 얘기하는데 학교 현장에선 거꾸로 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김난도 교수=양극화 문제에서 가진 자의 탐욕을 얘기하는데 저는 ‘현재자의 탐욕’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예전엔 부모들이 좀 힘들어도 자식들을 위해 희생했는데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뀐 것 같다. 미래사회가 누려야 할 자원과 환경을 다 가져다 쓰고 있는 게 아닐까. 복지 문제도 미래를 끌어다 현재의 안락을 추구한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가면 인간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성찰이 꼭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미래를 얘기할 때 사실 우리는 대단히 현재지향적 관점에서 얘기한다. 우리가 미래 얘기를 할 때마다 흥분하는 건 조금 냉정히 얘기하면 이윤 창출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의 문제를 성찰하는 기반에서 얘기했는지 반성했으면 좋겠다. 행복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통시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10년 후 세상’ 2부는 기술의 2차적, 파생적 편익·비용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좋겠다.

이양수=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는 지금, 국가지도자들에게 “당신의 10년 비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본다. 자기 비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어떤 사람과 펼칠 것인지를 따져 묻는 시대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데 미래학 연구자들이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전상인 한국미래학회장, 정재승 KAIST 교수는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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