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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균형을 원한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유럽 부채 위기로 인해 조정을 보인 주식시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기 부양안을 제시하고, 유럽 국가들이 위기 타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8월과 같은 급락세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주식시장의 안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경기 둔화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특히 선진국 제조업에서 경기 둔화 시그널이 역력한데, 공통적인 특징은 새로 들어오는 주문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기업은 신규 주문이 적으면 생산을 늘리기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재고를 정리하는 데 힘을 쏟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릴 유인이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영향이 최근 미국 고용지표에서 나타났다. 8월 비농가 총고용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통신회사 버라이즌의 파업으로 일시적으로 줄어든 4만5000개 일자리를 감안하더라도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6만 개 밖에 늘지 않았다. 실업률을 낮출 수 있으려면 적어도 15만 건의 일자리가 증가해야 하는데, 이 수치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70%가 민간 소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깊어진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을 되짚어 보면 코스피 지수가 2200선을 돌파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 말이 경기 측면에서나 주식시장에서나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5월 이후 일본 지진 피해 확산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진입했고, 주식시장도 경기 둔화를 반영하며 업종별 성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 호조와 일본 지진 피해에 따른 반사수혜 등으로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수출 업종의 실적이 좋았다. 그러나 경기 모멘텀 둔화가 나타난 5월 이후에는 수출주가 약세로 전환되고, 내수주 강세가 진행되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12% 가까이 급락한 8월 주식시장은 수출주와 내수주 간의 주가 괴리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4월 이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수출주인 LG화학이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반면, 내수 업종인 유통주나 콘텐트 업체 중에는 40~120%까지 상승한 종목이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주가수익비율(PER)에서도 확인된다. 자동차, 화학, 정유 등 대표 수출업종 주가가 2012년 예상 순이익 대비 5~7배 수준으로 시장 PER 8배에 비해 저평가되어 거래되고 있다. 반면 식음료, 유통, 서비스업종 등 내수 업종 주식들은 10~20배 정도로 프리미엄을 받고, 일부 콘텐트 기업은 40배까지 거래되고 있다. 경기 변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어 보이는 내수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진행된 까닭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에서 수출 산업은 물론 내수 산업 역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수출 산업이 내수 산업보다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수출 산업 부진은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가계가 얻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도 축소되기 때문에 향후 소비는 더욱 위축되게 된다. 또한 기업들이 이러한 수요 감소,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기업 이익률도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중국 관련 내수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은 대내외적 경기 영향으로 소비가 둔화되고, 중국 시장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마케팅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대내외적 경기 둔화로 무역수지 감소, 내부 경쟁 심화,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에 기인한다. 이렇듯 글로벌 경기 둔화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시켜온 우리나라 대표 수출기업에 대해 지나친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된 내수주로 지나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주식시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는 또 다른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박건영 200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들어간 후 간판 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최고 수익률 펀드로 만들어 이름을 날렸다. 2009년 브레인투자자문을 세워 투자자문사 전성시대를 열었다.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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