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버리고 비우고 낮춰 보세요, 젊음이 다시 찾아옵니다”

-아닌 척해도 50이 되면 몸과 마음 모두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가수 인순이가 부르는 ‘아버지’라는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는 중년들도 꽤 있습니다. 남자는 50대에 들어서면 왜 약해지는 걸까요.
“여성의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실제론 남자들의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아들로, 남편으로,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무겁지요. 50세까지는 돈도 벌고, 사회적 지위도 있지만 50대 중반부터 하나씩 없어집니다. 반면 아내와 아이들 목소리는 커지고. 이럴 때 정년퇴직하면 남자도 갱년기에 빠집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화도 잘 내고, 괜히 울고, 잘 삐치고, 안 하던 취미생활을 갑자기 해 식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남자 나이 오십] 이나미 박사가 말하는 ‘사추기 솔루션’


-50대 남성은 위아래로 끼인 세대라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나이 든 어르신은 계속 모셔야 하고, 다 큰 아이들은 독립할 생각 안 하고 자꾸 손 벌리죠. 그러니 짜부라지고 어깨가 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생활에서도 젊은 세대에 치이는 느낌을 받는 50대가 많습니다. 권위도 잃는 것 같고.
“어른 노릇은 힘드니 오히려 하지 않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50대가 되면 눈에 보이는 게 많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자꾸 야단치거나 가르치려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요즘 30대는 20년 전 30대에 비해 훨씬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아요. 50대가 자기 30대 시절 생각하고 ‘예전엔 말이야’ 하고 얘기하면 먹히질 않지요. 그들에게 상명하복이나 권위를 내세우면 직장에서도 외로워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나이나 계급 다 무시하고 동등하게 대해주는 게 자신에게도 좋습니다.”

-나이에 따라 쌓이는 연륜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50세가 넘으면 생산성이 조금씩 떨어지게 됩니다. 대신 직장이나 직업에 대해선 더 충실해지지요. 책임감도 커지고요. 또 세세한 디테일은 잘 안 보이지만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나이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디테일에 매달리다 큰 그림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나이 들면 노안이 오는데, 이는 작은 것은 보지 말라는 신호예요. 그러나 자신이 없으면 작은 것을 자꾸 챙기려 하지요.”

-그런 상황은 다 비슷할 텐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좀 추상적이지만 비워라, 버려라 하는 조언을 하곤 합니다. 비울 때는 겁나겠지만 비우면 저절로 채워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요.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거죠. 결국 도를 닦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자기를 찾으려는 분들이 많은데 찾으려 하면 못 찾고, 버리면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자기 아니겠습니까. 찾으려는 ‘자기’는 없을 수도 있지만, 버리면 진짜 자기를 찾을 수도 있지요.”

-그게 말처럼 쉽나요. 젊어지려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사회생활에서 마지막 고지에 오르기 위해 더 치열하게 일하게 되는데.
“부질없는 일이지요. 젊은이보다 더 그악스럽게 놀거나 억척같이 운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다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운동도 지나치면 오히려 노화를 촉진시키지요. 또 직장에서 무리한다고 바라는 대로 성취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회사에서 잘나가 임원이 된다 해도 3년 지나면 난감해지죠. 반면 만년 과장, 만년 부장은 악착같이 안 살기 때문에 노후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있고, 가족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각자 얻은 것과 잃은 것으로 비교하면 주관적 행복은 비슷할 수 있어요. 원래 행복이란 게 주관적인 거 아닙니까.”

-나이가 더 들어도 일은 해야 할 텐데, 그 준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일이란 것도 자기를 비우는 과정입니다. 일을 안 하면 잡념이 많아지고, 이게 심신을 괴롭히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을 늘 만나 버릇해야 합니다. 이를 의식하고 퇴직하기 3년 전쯤부터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많은 이가 어떻게 되겠지 하며 지내고 있어요. 이 또한 자기부정입니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젊을 때와는 달라진다고 합니다. 부부 사이를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나요.
“건망증에서 답을 찾아 보세요. 상처받은 건 잊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는 식으로 말이죠. 망각을 잘 이용하면 배우자를 새롭게 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지금의 배우자를 불륜 상대로 생각하면 의외로 괜찮게 보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 내 소유다, 일심동체다 하고 생각하니 되레 불편해지지요. 그리고 20~30년 같이 살았다고 부인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혼 때의 배우자와 지금의 배우자는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거 모르고 함부로 대하면 큰일납니다. 우리나라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배우자에겐 칭찬이 박한 것 같습니다. 있을 때 잘해야죠. 혹시 배우자 때문에 상처가 있다면 나를 먼저 용서해야 합니다. 그런 배우자를 고른 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지요.”

-자식과의 관계도 다시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인과 유대인은 둘 다 총명하고 근면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독립심입니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독립심을 키우는 교육을 하지만, 우리는 자꾸 감싸고 챙겨주려 하죠. 그러다간 아이들의 독립심이 저해돼 경쟁력도 떨어집니다. 지금 50대는 어려웠던 시절을 겪은 덕에 그나마 경쟁력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20대는 50대의 과보호 속에 커 그렇지 못합니다. 그 탓에 50대는 80대까지 일해야 할지 모릅니다.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일부 상류층에나 있던 가족 이기주의도 중산층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이건 중국이나 일본도 엇비슷하지요. 그래서 독립심이 약한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너무 베풀려고만 하면 독립심이 약해집니다. 과보호로 큰 젊은이들은 나중에 부모 봉양 안 합니다. 자녀에겐 독립심을 키워주고 나중에 그들 도움 없이 쿨한 노후를 보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남자가 가정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무엇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부엌을 사수하라고 권합니다. 어느 집이나 부엌을 차지하는 사람이 제일 발언권이 센 법이지요. 남자도 집 안에서 일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거창하게 요리까지는 못해도 먹을 만하게 밥상 차릴 줄은 알아야 하지요. 나이 들어 부인에게 밥 안 차려주느냐고 투정하는 것만큼 처량한 모습도 없답니다. 또 본인이 행복하고 유머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이 놀러 가고 싶다, 옆에 있으면 재미있겠다 하고 가족들이 다가오지요. 매일 화 내고, 볶아대고, 간섭하면 누가 옆에 가겠습니까. 결국 집안에서 본인만 외로워져요.”

-젊어 보이고 멋있게 나이 드는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수많은 위인전을 읽으며 그 위인들이 50대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유심히 봤더니 거의 비슷하더군요. 그들 역시 요즘 50대가 하는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문제는 그런 고민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입니다. 고민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두렵고 무섭긴 다 마찬가지죠. 그냥 나이 들면 나이 드는 거지, 하고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또 외관상의 젊음에 집착하는 것도 안 좋습니다. 죽지 않는 세포란 없어요. 그런데도 젊어진다며 뭐 먹으라, 어디 고쳐라 하는 건 제약회사·의료계·식품업계의 농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고난 체질대로 사는 게 가장 젊게 사는 법입니다.”

-생각을 바꾼다고 자신이 처한 객관적인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자신이 처한 여건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과 마음을 바꿈으로써 삶의 질은 확 달라집니다. 병에 걸렸을 때 현실로 못 받아들여 분노하는 바람에 병을 더 키우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적응해 사는 사람이 있듯이 말입니다. 마음이 바뀌면 상황을 바꾸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