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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과학

보름달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추석 때마다 화제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환상이 깨졌어도 추석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한민족의 낭만은 변함이 없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달은 인간의 상상력을 숱하게 자극했다. 중국에선 항아(姮娥·상아(嫦娥)라고도 함) 신화를 낳았다. 하늘에 살다 죄를 지어 쫓겨난 항아는 남편이 구해온 불사약을 들고 달로 도망치지만 배신의 대가로 두꺼비 모양으로 변했다는 내용이다. 달 표면의 울퉁불퉁한 곰보 자국을 보고 이런 권선징악적인 상상을 했다는 게 재미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 여신의 딸 아르테미스(고대 로마신화의 디아나, 즉 영어의 다이애나와 동일)가 달의 여신이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냥의 여신이면서 풍요와 다산(多産)의 여신이기도 했다. 달이 주기적으로 차고 기우는 것을 여성의 주기적인 월경, 곡물의 주기적인 성장과 연결해 ‘다산’이란 개념으로 발전시킨 모양이다. 하지만 성격이 거칠고 사나우며 자신에게 해를 끼친 이들에겐 반드시 화살을 쏘아 복수하는 무시무시한 여신으로도 묘사된다. 이를 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밤하늘의 달을 자연의 상징으로 여겼음에 분명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풍요를 주면서도 때론 사납게 구니 말이다. 고대 그리스 남자들이 부인에게 바가지를 심하게 긁히는 바람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인류는 달을 보면서 이렇게 관념적이고 문학적인 상상만 하지 않았다. 과학적 활동도 했다. 일찍이 기원전 5세기 고대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똑같은 모양의 월식과 일식이 18년 11일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달과 해를 관찰하고 기록한 결실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사로스 주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의 위치가 반복되는 주기다. 사로스 주기를 알고 월식과 일식을 예측하게 된 바빌로니아인은 더 이상 달을 신비의 대상으로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양에서도 시심(詩心)과 과학적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했다.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에 위(魏)나라 사람 석신(石申)과 제(齊)나라 사람 감덕(甘德)은 달과 별을 꼼꼼하게 관찰해 별들의 궤도와 운행주기를 세밀하게 파악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함께 각각 ‘천문’과 ‘천문점성(天文占星)’이라는 저서를 남겼다. 후대에 이름을 남긴 최초의 천문학자인 두 사람은 두고두고 정교한 작업자의 표상으로 존경받았다. 기원 1세기 전한(前漢) 사람 경방(京房)은 ‘달은 음기(陰氣)를 띠므로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햇빛을 반사한다’는 이론을 제시했고 기원 1~2세기 인물인 후한(後漢) 사람 장형(張衡)은 이를 수학으로 풀었다.

이렇듯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달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관찰과 연구를 했다.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기 훨씬 전부터 달은 과학 활동의 매개체였다. 둥근 달을 보고 과학적 상상에 빠지든, 시심(詩心)에 잠기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든 한민족에겐 한가위 명절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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