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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은 너무 아름다운 게 죄다”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삼성미술관 플라토서 개인전



‘스스로 서 있는 커다란 매듭’(앞쪽), ‘커다란 두 개의 라캉의 매듭’(뒤쪽 파란색) 사이에 선 장-미셸 오토니엘. 그가 올해 만든 두 유리 작품이 19세기 조각 로댕의 ‘지옥의 문’과 어우러졌다.











‘눈물들(2002)’은 유리 모형을 이용해 부력을 실험한 데카르트의 잠수부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루이비통 재단 소장.



쏟아지는 햇살에 색색의 유리 구슬이 반짝인다. 유리 파빌리온(Pavilion) 안에는 15m, 20m씩 하는 대형 유리 목걸이가 허공에 떠 있듯 매달려 있다.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옛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47) 개인전 ‘마이 웨이(My Way)의 풍경이다. 만져보고 싶도록 반짝이는 유리 조형물, 색색의 구멍이 뚫린 순백의 천, 유리구슬과 금속으로 장식된 크고 화려한 침대…. 오늘날의 미술이 경시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작가가 또 있을까.



 이번 전시는 1980년대의 초기작부터 시작해 그의 설치·드로잉·비디오 퍼포먼스 등 60여 점이 망라된 일종의 중간 회고전이다. 플라토에서 시작해 도쿄의 하라 현대미술관(原美術館), 내년 여름 뉴욕의 브루클린 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오토니엘은 쉽게 깨지지만 동시에 수천 년간 보존돼 온 강인한 유리, 자극적 냄새를 풍기지만 선명한 노란색으로 시선을 끄는 유황 등 이중적 속성을 가진 재료에 매료됐다. 작품 또한 이중적이다. 화려하게 빛나며 첫눈에 관객을 사로잡지만, 작품마다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작가 자신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래서 작가는 감히 말한다. “내 작품은 너무 아름다운 게 죄다.”



 성적(性的) 소수자인 오토니엘은 청소년기에 사제(司祭)를 꿈꾸던 한 신학생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연인은 갈등하다 자살에 이른다. 2006년 비로소 공개한 이 일화는 이 작가가 20년 넘게 미술을 통해 개인적 상처를 치유해 왔음을 드러냈다.



 그는 “내 작품은 모두 자화상”이라며 “첫 번째 자화상은 절망의 노래였다. 나는 미술계에 내 노래를 들려줬고, 그걸로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의 마무리는 인(燐)을 칠한 적갈색 벽. ‘소원을 이는 벽(1995)’이라는 제목으로 베를린에 설치됐던 작품이다. 전시 기간 중 관객들은 벽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며 소원을 빌 수 있다. 벽에 긁힌 ‘상처’가 늘어가고, 바닥에 성냥이 쌓여갈수록, 작품은 완전해질 것이다.



 오토니엘은 말한다. “예술가로서 나는 세상에 마법을 걸고 싶다. 많은 기준들이 무너져 내리는 비극적 순간에 자연의 아름다움, 재료의 경이로움, 감정의 진실함과 같은 기본적인 것을 발견하게 하고 싶다.” 11월 27일까지. 성인 5000원. 02-2014-6552.



권근영 기자





◆장-미셸 오토니엘=1964년 프랑스 생테티엔 출생. 스물 여덟 에 제9회 카셀 도큐멘타(1992) 초대작가로 주목 받았다. 카셀 도큐멘타는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미술축제다. 94년 파리 퐁피두 센터 ‘여성적인/남성적인’전, 97년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콜렉션 상설전 등에 출품했다. 그의 작품은 영롱한 유리 공예 형태여서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자주 협업을 요청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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