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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마지막 모의고사 치른 경기 양서고





“전 영역서 5개 틀려도 불안해” … 새벽에도 환한 도서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다음날인 지난 2일, 수능에 대한 불안감과 남은 기간 ‘열공’에 대한 의지로 양서고 3학년 학급엔 적막감이 흘렀다. [최명헌 기자]







수능을 63일 남겨둔 지난 2일 자율학교인 양서고(경기도 양평)의 점심 시간. 전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12학년도 대학 입시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른 고3 수험생들에게 식사는 뒷전이었다. 모의고사 시험지를 놓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삼삼오오 모여 수시지원 가능 대학을 살폈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단연 9월 모의고사 난도였다. 2009학년도 입시부터 졸업생의 20% 정도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한 이 학교 학생들은 ‘쉬운 수능’에 불안해했다. 이번 모의고사 직후 사설 입시기관들이 “언어영역에서 2개 이상 틀리면 1등급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박지호군은 “2학년 때까지 언어영역이 1~2등급대였으나 이번에 2문제를 실수한 탓에 원점수가 89점까지 떨어져 3등급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초조해 했다.



자연계 전교 1~2등을 오가는 손우성군도 수능 난도에 대한 초조함을 숨기지 못했다. 손군은 이번 모의고사에서 전 영역에 걸쳐 5문항 틀렸다. 주위에서는 “의대 진학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격려하지만,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경우 1문제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그는 “수리나 외국어는 정답이 명확하지만, 언어나 과학탐구는 어떤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하냐에 따라 정답을 놓칠 수도 있다”며 “문제풀이 하나하나에 긴장하게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오후 2시 3학년 6반 국어 수업시간. 차현탁군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교재를 들고 교실 뒤편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기다리 책상’으로 불리는 입식 책상에 책을 폈다. 점심시간 이후 몰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서서 수업을 듣기로 한 것이다. 이 학급 30여 명 중 6명이 수업 도중 이러한 고행(?)을 택했다. 9월 모의고사 이전엔 서서 공부하는 학생 수가 2~3명에 불과했다. 차군은 “가채점 결과 6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었던 언어영역이 2등급으로 떨어졌다”며 “수능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한시라도 해이해지면 더 큰 슬럼프를 겪을 수 있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날부터 매일 언어영역 1회차 모의고사 문제를 풀면서 ‘실수하지 않는 법’을 익히기로 했다.



오후 7시부터 3개의 도서실에서 이어진 자율학습시간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는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이날은 모두 인터넷강의를 들었다. 한상 교감은 “정규 자율학습이 끝나는 오후 11시50분부터 오전 1시30분까지 ‘새벽 타임’ 공부를 택한 학생 수가 1.5배 가까이 늘었다”며 “평가원이 주관하는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1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친구들 공부할 때 하면 성적 상승에 한계



다음 날 오전 4시, 김상봉군은 기숙사를 나와 도서실로 향했다. 수험생이 된 후 집에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2박3일 다녀온 게 전부라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의고사 가채점 결과, 6월 모의고사(언어 1등급, 수리 2등급, 외국어 3등급)보다 성적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모의고사 다음 날부터 남들이 자는 오전 4시부터 6시까지 공부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공부할 때 같이 하면 성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는 김군은 “훗날 수험생활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같은 시각 잠에서 깬 박순모군은 어머니가 챙겨주신 보약을 먹으며 이른 하루를 시작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그는 입학 당시 성적이 최하위권이었지만 지금은 자연계 120여 명 중 10등 내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신소재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KAIST와 POSTECH에 지원한 박군은 수능 공부 외에도 수학·과학 심층면접 준비를 위해서 수험생이 된 후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그는 “힘들 때마다 밀양에서 아들의 보약을 챙겨준다고 고생하실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 담벼락에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가 적혀 있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말말말] 고3 수험생이 말하는 ‘고3’이란



1. 고3은 추억이다. 수험생활을 더 큰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김동휘)



2. 고3은 순간이다. 하루하루는 길게 느껴지지만, 지난 6개월의 기간은 ‘찰나’처럼 기억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남은 3개월의 ‘찰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박순모)



3. 고3은 적금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적금을 붓고 있는 것이다.(조가람)



4. 고3은 인내력 테스트 기간이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공부해 보겠는가.(김상봉)



5. 고3은 공부 빼곤 다 재미있는 시기다. 공부 안 하고 하늘만 보는 것만도 즐겁다.(김찬호)



6. 고3은 100m 달리기다. 옆을 봐도 앞을 봐도 모두 달리고 있다. 누가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정혜윤)



7. 고3은 성숙기다. 힘든 시절을 잘 이겨낸 사람만이 한층 성숙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류희창)



8. 고3은 ‘감사’의 의미를 깨우쳐줬다. 힘든 과정 동안 옆에 있어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자리에 머무를 수는 없다.(김효은)



9. 고3은 열정이다. 남은 3개월 공부에 대한 열정을 훨훨 불태우고 싶다.(유다빈)



10. 고3은 ‘f(힘)=m(질량) X a(가속도)’다. 가속도가 올라가면 힘의 크기가 커지듯,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은 오른다.(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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