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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설봉호의 기적 … 차례차례가 참사 막았다





새벽 해상 화재 … 해경·해군 함정 32척 출동 130명 전원 구조



6일 오전 2시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설봉호의 선미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여수해경 촬영]





6일 오전 1시20분 전남 여수시 거문도 해상. 경비 근무 중이던 300t급 해경 함정 317함의 통신실에 긴급 무전이 왔다.



 “여수 백도 해상에서 여객선에 불이 났다. 즉각 구조에 나서라”는 무전이었다.



 함장 임재철(51) 경감은 바로 전속항진 명령을 내렸다. 거문도 해상에서 사고 해역까지는 15㎞. 30노트(시속 55.5㎞)로 항진한 배는 30분 만에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사고 여객선 ‘설봉호’의 함미는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밤바다 위에는 승객 10여 명씩 탄 구명정이 여기저기 떠 있었다.









사고 해역에 출동한 해경은 구조용 고무단정을 띄워 구명정을 타고 있던 승객들을 구조했다. [여수해경 촬영]





 “서치라이트를 켜라. 구조용 고무단정을 띄워라.” 임 경감의 명령에 해경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서치라이트가 칠흑 같은 바다를 환하게 비추었다. “구해 달라”는 외침이 구명정에서 계속 터져 나왔다. 해경 대원들은 고무 단정을 타고 구명정으로 접근했다. 해경 대원들이 구명정을 붙잡자 승객들은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탄성을 내뱉었다.



 승객들과 승무원들의 차분한 대처도 빛났다. 승무원들은 불이 나자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선실을 돌아다니며 “불이 났다. 대피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승객 104명은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갑판 위로 뛰어올라갔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이 오전 1시30분쯤 2층까지 옮겨 붙었지만 승객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차례로 갑판 위에 줄을 서서 구명정을 타기 위한 구명사다리 앞에 섰다.



 “노약자와 어린이부터 태웁니다.”



 나머지 승객들은 가슴을 졸였지만 혼란은 없었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갑판 위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화염이 갑판까지 번져오자 미처 구명정을 타지 못한 승객과 승무원 20여 명은 밧줄을 타고 바다로 내려갔다. 배 아래서 대기 중이던 해경의 구조 단정은 이들을 바로 구조했다. ‘설봉호’에 탄 승객과 승무원 130명 전원은 이렇게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인명 구조 작업은 해경 함정이 사고해역에 도착한 지 1시간10여 분 만인 3시에 끝났다. 당시는 불길이 순식간에 배 전체로 옮아 붙은 상황이어서 해경의 출동이 조금만 늦었어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인명구조가 끝나자 본격적인 화재 진압 작전이 펼쳐졌다. 사고 해역에 속속 도착한 해경 함정 9척은 일제히 물대포를 뿌리며 합동으로 불길을 잡았다. 물에 빠진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부상자 21명도 배를 옮겨 타는 과정에서 찰과상과 타박상 등을 입었을 뿐이다. 승객들은 여수 지역 콘도로 옮겨져 휴식을 취한 뒤 오후 1시부터 선사 측이 제공한 버스편을 이용해 부산으로 이동했다. 김두석 여수해양경찰서장은 “화염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대원들의 신속한 구조와 승객들의 침착한 대처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말했다.



 ‘설봉호’는 전날 오후 7시 부산항을 출발해 제주항으로 항해하던 중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 북동쪽 7마일 해상에서 선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경은 화재를 첫 목격한 승무원이 “화물창에서부터 연기가 나왔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냉동창고 냉각장치 등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화인 조사는 7일 오전 ‘설봉호’가 여수항에 입항하면 시작할 방침이다.



여수=최경호 기자





◆설봉호=1998년 대우조선에 의해 건조된 국내 초창기 유람선 모델이다. 승무원과 승객 589명을 태울 수 있으며, 2001~2003년에는 금강산 관광에 사용돼 ‘현대 설봉호’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2월부터 부산~제주 간을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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