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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정치권이 키운 괴물 ‘정치 검찰’







권석천
사회부문 차장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2012년 10월. X당 후보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다. Y당 선거대책본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즉각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정치 검찰’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못 박는다. X당은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 방송국 중계차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줄지어 들어온다. 검찰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여는데…. 만약 여러분이 검찰총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① 대선 이후로 수사를 연기한다고 선언한다. ② 신속하게 비리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발표한다. ③ 입장표명 없이 추이를 지켜본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겠느냐고? 가능성은 90% 이상이다. 1992년 대선부터 2007년 대선까지 단 한 번도 검찰 수사가 이슈로 등장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년 대선에서도 보수 쪽이든, 진보 쪽이든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검찰 수사에 기대려 할 것이다. 검찰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특검(특별검사)이라도 동원하려 할 것이다.



 이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은 내년 대선의 예고편이다. 비리 의혹 수사가 순식간에 정치 쟁점이 됐다. 곽 교육감과 진보진영은 부인→침묵→“표적수사” 주장의 도식을 밟아나갔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여권의 패배로 끝나자 여론 반전과 정치 보복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주민투표 전에 공개 수사를 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오세훈 시장을 위한 수사”라고 하지 않았을까. 범죄 의심이 있는, 수상한 돈 거래를 한 이상 수사를 피할 방법은 없다. 결백하다면 법정에서 정정당당하게 무죄를 다투면 되는 일이다.



 물론 “특정 세력만 먼지 털이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듭돼온 건 정상이 아니다. 집권층에 약한 모습을 보여온 검찰의 업보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도 검찰 수사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정치에 활용해온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보수, 진보를 떠나 검찰 수사에 대처하는 자세는 다르지 않았다. 거대 권력에 부당하게 탄압 받는 약자 역할을 연기하려 했다. 그 결과 몇몇은 소속 진영의 ‘아이콘’으로 떴다. 동시에 검찰 권력은 법 체계가 부여한 힘 이상으로 크게 부각됐고, 그것이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의 자양분이 됐다.



 이제 선거의 계절이다. 다음 달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이다. 검찰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선거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범죄 혐의 있는 곳엔 정의의 메스를 대라. 정치적 판단으로 내달리지도 말고, 정치적 계산으로 머뭇거리지도 말라.



정치권은 검찰의 ‘구원등판’에 대한 미련부터 버려야 한다. 검찰 수사가, 법원 판결이 자기 진영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침을 뱉어선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의 자유와 재산을 지키는 사법 시스템이다. 지금 이 순간 ‘정치 검찰’이란 이름의 괴물을 키우고 있는 자, 정치인 바로 당신들일 수도 있다.



권석천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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