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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이 혁명 전 프랑스 같다는 얘기를 해요, 투명해져야죠”




지난달 24일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에서 만난 도법(道法) 스님은 “종단을 바꾸려면 총무원 집행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총무원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두 달 전이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慈乘) 스님이 도법(道法) 스님을 불렀다. 두 사람은 절집에서 함께 산 적이 없는 사이다. 자승 스님은 “종단 자성(自省)과쇄신(刷新)추진결사(結社)본부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종단개혁을 위한 ‘야전사령관’ 자리다. 도법 스님이 되물었다. “결사가 성공하려면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막말로 총무원장 스님과 제가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승 스님이 답했다. “일을 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필요하다.” 그제서야 도법 스님은 결사본부장직을 수락했다.

 서울 견지동 총무원 청사에서 도법 스님을 만났다. 그는 최근 ‘종교평화 선언-21세기 아쇼카 선언’을 발표했다. “파격이었다. 종교 피곤증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속 시원한 청량제였다”고 하자 “그건 파격이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뒤늦은 회복일 뿐이다”고 답했다.

 -종교평화 선언에서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다’고 했다. 일부 반발하는 스님이 있다고 들었다.

 “그건 반발할 대상이 아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이 그렇다고 얘기하면, 나도 그렇다고 얘기한다.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면, 나도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무슨 말인가. 세상의 이치가 통한다는 거다. 사람들의 행복과 안락에 유익하면 그게 진리다.”

 -지금의 한국 불교는 어떤가.

 “부처님이 생각한 불교와 우리가 생각하는 불교, 그 사이에 간격이 있다. 우리는 집단 중심, 세력 중심으로 생각한다. 내 신자냐 아니냐, 내 편이냐 아니냐를 따진다. 그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부처님은 달랐다. 중생의 안락과 행복이 기준이었다.”

 -부처는 왜 그걸 기준으로 삼았나.

 “그게 불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종교평화 선언에 대한 반응이 컸다.

 “그만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종교란 말만 들어도 국민은 답답함을 느낀다. 피곤하게 생각한다. 더 이상 종교에 실망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걸 종교계가 알아야 한다.”

 -조계종은 역사가 깊고, 덩치도 크다. 공룡의 덩치, 변화가 가능한가.

 “노력한 만큼 변화가 이뤄진다. 그건 세상의 이치다. 나는 그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종단이 바뀌려면 본질이 바뀌어야 한다.”

 -본질이 뭔가.

 “다른 건 모두 이차적이고, 삼차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다. 불교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나. 그게 본질이다. 그게 첫 단추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불교가 산다.”

 -첫 단추라면.

 “중생의 안락과 행복이다. 부처님은 그걸 위해 태어났고, 발심했고, 출가했고, 수행했고, 깨달았고, 전법했고, 열반했다. 그런데 한국 불교는 어떤가. 오로지 나의 깨달음, 나의 해탈을 위해 있진 않나. 곰곰이 생각해보라. 세상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사찰이 있고, 그걸 위해 수행자가 있고, 그걸 위해 불교 신자가 있다면 어떻겠나. 한국 불교는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첫 단추를 보면 종단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보인다.”

 -조계종 종헌종법에는 ‘사부대중(四部大衆) 공동체’라고 명시돼 있다. 사찰 운영에 재가자(在家者·일반신도)가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나는 실상사(전북 남원)에서 그걸 시험하고 있다. 스님은 수행과 교화에 집중하고, 사찰 운영과 신행 활동은 재가자가 맡고 있다. 그게 불교의 전통이다. 지금은 그런 전통이 깨진 거다.”

 -왜 깨졌나.

 “1200년 전에 실상사가 지어졌다. 당시 남원시 산내면의 골짜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선(禪)불교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터를 잡고 절을 지었다. 절에는 스님들이 살고, 재가자는 절 주위에 머물면서 함께 살았다. 자급자족 체제였으니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었다. 그게 사부대중 공동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게 변질됐다. 사찰 쪽은 지주(地主)가 되고, 주민은 소작농이 됐다. 출가자와 재가자 사이에 차별이 생긴 거다. ‘사부대중 공동체’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바꾸자’가 아니라 ‘돌아가자’는 거다. 현대 사회에 맞게끔 말이다. 거기에 불교의 미래가 있다.”

 -실상사의 실험은 어땠나.

 “실상사는 재가자와 종무실장, 원주 셋이서 절을 운영한다. 재정이 얼마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빚을 안 지고 산다. 주지 스님은 돈을 만져보지도 못한다. 돈을 쓸 때는 꼭 재가자와 상의해야 한다. 실제 그렇게 하면 스님들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도법 스님

 -불안해하는 스님도 꽤 있지 싶다.

 “물론이다. 돈이 있어야 아플 때 치료도 하고, 먹고 살지 않나. 그게 다 재가자에게 넘어가면 불안하지 않겠나. 스님이 알아서 처리하다가 재가자와 일일이 상의하려면 불편해진다. 이런 말을 하는 내게도 그런 불안과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법의 길을 가겠다는 스님이 늘 돈 걱정, 사무 걱정을 하고 있으면 세속화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투명한 사찰과 교회에 고개를 끄덕인다.

 “갈수록 세상이 투명해지고 있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지인에게 ‘조계종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물은 적이 있다. ‘프랑스 혁명 이전 사회를 보는 것 같다’고 하더라. 한마디로 표현한 거다. 조계종이 세상에는 그렇게 비치는 거다. 세상이 요구하기 전에 불교가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 투명하면 건강해지는 법이다.”

 -그게 왜 중요한가.

 “정신과 육체, 마음과 물질은 분리될 수 없다. 돈을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정신이 건강하다는 얘기다. 돈을 도둑놈처럼 다루는데 어떻게 그 정신이 건강하겠나. 돈을 투명하게 다루면 ‘저 집단에 사심이 없구나. 건강하구나’하고 생각한다.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가는 거다.”

 -위기감을 느낄 때 변화가 온다. 조계종은 위기감을 느끼나.

 “우리의 현실이 어떤가. 종단을 위한 종단, 절을 위한 절, 스님을 위한 스님처럼 돼 있다. 그보다 심각한 일이 어딨나. 사회적인 위상과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가자는 급감하고, 신자들은 고령화한다. 10년, 20년 뒤에는 현상 유지도 어렵다. 조계종은 위기감을 느낀다. 불교의 존재 이유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조계종에서 비구와 비구니는 거의 반반이다. 그런데도 차별이 심하다.

 “우리 사회에선 남녀 평등이 문화가 되고, 생활화가 되고 있다. 절집에선 남녀 불평등이 제도가 되고, 관성이 돼 있다. 비구도 불행하고 비구니도 불행하다. 비구는 부처님의 이치를 모르고 무지와 착각에 빠졌으니 불행하고, 비구니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가지니까 불행한 거다. 2600년 전 부처시대보다 더 못하다.”

백성호 기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부대중(四部大衆)=불교 교단을 구성하는 네 집단이다. 비구(남성 출가자)와 비구니(여성 출가자), 우바새(優婆塞·남성 재가자)와 우바이(優婆夷·여성 재가자)를 일컫는다. ‘사부중(四部衆)’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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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