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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외계인이 본 국가부채 해결법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왜 국가가 발행한 채권, 즉 국채(國債)는 있는데 국가 주식(株式)은 없을까. 세계 경제를 몰아치고 있는 국가부채 위기를 보면서 생각나는 질문이다.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재정이나 경제성장률과 관계없이 원금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채권의 특성이 이러하니 의무를 이행치 못하면 파산한다.



 금성에서 온 외계인의 질문이다. 지구에서 국가부채가 그토록 문제가 된다면 국가 주식을 발행하면 어떨까. 조금 황당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외계인과 더불어 상상의 날개를 펼쳐 보자. 외계인은 지구인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채권과 주식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권과 주식은 전혀 다른 별개의 증권이 아니다. 동일선상에 있는 극점일 뿐이다. 채권성이 강한 증권부터 주식성이 강한 증권까지, 중간에 수많은 증권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보면 국채는 가장 채권성이 강한 증권이다. 채권성이 강하단 말은 기업이나 국가의 성과에 관계없이 빌린 돈을 무조건 갚아야 한다는 말이다. 외계인이 생각하는 국채의 혁신 방향은 국채의 채권성을 줄이는 것이다. 어떻게 줄일까. 이자나 원금지급을 성과에 연동하면 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높으면 많이, 낮으면 적게 지불하는 구조다. 경제가 잘될 때 많이 지불하고 못될 때 적게 지불하니 채무불이행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만기가 긴 것도 채권성을 줄인다. 만기란 원금을 갚아야 할 시점을 의미한다. 만기가 짧을수록 의무이행 시점이 빨라지고 자주 온다. 영국은 국가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럼에도 국채잔존만기가 15년에 달해 글로벌시장에서 국가위험이 지극히 낮다고 평가된다. 극단적으로 만기가 없는 증권도 있다. 바로 주식이다. 그래서 채무불이행도 없다.



 그렇다면 국가의 주식이란 무엇인가. 국가가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가. 물론 지구인 눈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주식에는 두 가지 권한이 있다.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대한 청구권이 그 하나다. 국가주식에 확대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국민총생산·경상수지 같은 성과지표에 연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가 주식이 갖고 있는 지배권, 즉 투표권이다. 특정 국가가 지배권(支配權) 1%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국회의원 1%를 차지한다는 말인가. 영토 1%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말인가. 극단적으로 국가주식 매집을 통해 국가 간 인수합병(M&A)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금성에선 가능하지만 지구에선 생각하기 힘들다. 미래엔 지구에도 국가 주식을 통해 합병과 영업 양수·도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국채가 국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 이 또한 국채의 채권성을 줄일 수 있다. 채무불이행 위험도 준다. 현재 그리스 국채는 가산금리가 20%에 달한다. 사실상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상태다. 고육지책으로 논의되는 게 유로본드다. 만일 그리스가 전환사채처럼 전환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면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구엔 아직 전환국채가 없다. 사실 전환국채보다 더 좋은 것은 강제전환국채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채권상태로 머무르면 여전히 채무불이행 위험이 있다. 강제전환채권(mandatory convertibles)은 일정 조건 하에 반드시 주식으로 전환돼야 하는 채권이다. 당연히 전환사채보다 채권성이 줄어든다. 최근 지구에도 비슷한 증권이 논의되고 있다. 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contingent capital)이다. 평상시엔 부채지만 은행이 어려워지면 강제로 자본으로 전환되는 증권이다. 같은 논리가 국채에 적용된 것이 바로 강제전환국채다.



 현재 지구에서 혁신적 외계인 시각이 가장 필요한 곳은 국가요, 정부다. 외계인 시각을 갖춘 한국이 국가부채와 국채시장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면 이 또한 기분 좋은 상상이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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