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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뉴욕·파리·밀라노 ‘길거리 패션’ 사진작가 … 남현범

남현범. 올해로 26세다. 부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이후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세종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를 3학기까지 다니고 2006년 이후 휴학 중이다. 제대 후 2009년 1년간 미국에 어학연수 다녀온 것이 그의 첫 해외 체험이다.



‘빨간 옷 여성, 노란 택시 앞에 선 순간 … 찰칵 ’

 그런 그가 ‘스트리트 패션 사진’ 전업작가가 됐다. 지난해 가을 이후 봄·가을마다 패션 컬렉션이 열리는 기간에 뉴욕·파리·밀라노·런던으로 출장을 간다. 그는 컬렉션 행사장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행사장 밖에서, 더러는 그냥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 옷을 멋지게 입은 사람들, 이른바 ‘패셔니스타’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의 사진은 국내는 물론 해외 패션잡지에 실리고 있다. 그의 블로그(streetfsn.com)에는 많게는 하루 2만 명의 사람이 방문한다. 그것도 세계 각국에서. 그가 소개하는 패션 스타일을 보고 영감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그는 최근 『스트리트 에프에스엔(street fsn)- 길 위에서 당신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작품집도 냈다. 휴학생 현범씨가 ‘남 작가’로 변신한 과정을 들어봤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납득이 안 간다. “패션이나 사진을 전공한 적이 없다”는 남 작가이니 말이다. 남 작가 인터뷰가 ‘취조’를 닮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라는 게 뭐죠.



“예전에는 패션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화보나 패션 컬렉션 의상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분 중에도 굉장히 잘 차려입은 분이 많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사진 찍고, 그걸 잡지나 인터넷에서 함께 공유하는 것이죠.”



●패션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중학교·고등학교 때는 교복을 입었는데, 그때 저 자신을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신발 정도였어요. 해외에선 어떤 신발이 유행하나, 그런 신발들은 어디서 살 수 있나, 이런 정보들을 패션잡지와 인터넷에서 찾아보다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사진은 언제 찍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찍었어요. 남북공동경비구역(JSA)에서 정훈병으로 군 복무를 했어요. 업무 중 일부로 행사나 기념 사진을 찍었고요. 사진병이나 카투사로 입대한 것은 아니었어요.”



●롤모델이 있었나요.



 “스트리트 패션 사진 분야가 한국에서는 직업으로 자리를 잡지 않았어요. 하지만 해외에는 이런 직업이 있어요. 뉴욕 타임스의 빌 커닝엄은 30년째 스트리트 패션을 찍고 있고요. 그런 것을 알고 ‘내가 이 일을 직업으로 해도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죠.”



 미국 어학연수를 갔던 현범씨는 귀국 직전 보름간 뉴욕에서 처음으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호기심에 찍어봤다”고 한다. 귀국해서 블로그를 만들고 자기 사진을 올렸다. ‘대박’이었다. 블로그를 본 국내 패션 잡지 몇 곳에서 그의 사진을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사진 찍기 시작해 불과 한두 달 만에 주목받는 사진작가가 된 셈이다.









남현범 작가가 찍은 길거리 패션. 패션업계 명사인 안나 델로 루소를 찍는 사진작가들. 앉아 있는 이가 남현범씨다.









남현범 작가가 찍은 길거리 패션. 남성복 패션 디렉터 닉 우스터.

















남현범 작가가 찍은 길거리 패션. 독특한 패션으로 남 작가의 앵글에 들어온 행인들.





●스트리트 패션 사진도 노하우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사진촬영 기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어떻게 찍느냐’보다는 ‘무엇을 찍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찍으면 대부분 잘 나오잖아요. 사실 카메라를 처음 만지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달만, 정말 카메라가 좋아서 한 달만 가지고 다니면 못 찍는 게 없잖아요. 중요한 것은 ‘어떤 장면을 포착하느냐’이거든요. 자세히 관찰하고 재미있는 장면을 포착하는 것 말이에요. 누구나 관심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고, 저도 그렇게 도전한 사람 중 하나인 것이죠.”



●아무튼 패션계가 남 작가를 인정해준 것인데요.



 “사진 테크닉 못지않게 이 분야에서 중요한 게 패션을 보는 관점이거든요. 한 번 딱 보고서 ‘저 옷이 어떤 옷이고 요즘 뜨는(hot) 브랜드다’ 이런 것을 볼 줄 알아야 해요. 그보다 중요한 게 순발력이고요. 걸어가는 사람을 연속촬영으로 찍으면 사진이 굉장히 산만해질 수 있어요. 사진 속 배경에 나무, 다른 행인들, 자동차 같은 것이 섞여 나올 수 있잖아요. 저는 걸으면서 상상을 해요.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가 노란색 택시 앞으로 지나가는 순간 사진을 찍는다면 굉장히 멋있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야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진을 연출할 수 있죠.”



귀국 이후 현범씨는 복학을 미뤘다.



 “블로그를 열고서 반응이 오니까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1년만 해보겠다’ 얘기를 드렸어요. 그때는 1년만 해보고 복학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계획이 틀어져, 아직 복학을 안 하고 있죠. 벌써 중퇴 처리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하하하.”



●제대로 해본다는 게 어떤 것이었죠.



“옷을 잘 입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컬렉션 기간이에요. 사람들이 옷에 굉장히 신경을 써서 참석을 해요. 일본 보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안나 델로 루소’ 같은 이가 대표적이죠. 이탈리아 사람인데 패션을 아주 사랑해서, 드레스룸 정도가 아니라 자기 옷을 보관하는 집이 아예 따로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컬렉션이에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6월에 밀라노와 파리의 패션 컬렉션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죠.”



●초청장이나 출입증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어딜 들어갈 필요 없이 그냥 거리에서 찍는 것이잖아요. 누군가 차에서 내려서 걸어올 때 그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 패션이 마음에 든다’ 하면 촬영을 하는 것이죠.”



●당사자 허락도 안 받고 막 찍어도 되나요.



“그게 패션 컬렉션의 문화예요. 사진을 찍히는 사람들도 그런 문화를 잘 알고요.”



●해외 매체랑도 계약이 많이 돼 있다죠.



 “지난해까지는 한국 매체 쪽에는 제 사진이 많이 실렸는데 올해 들어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가 생겼어요. 미국 스타일닷컴과 GQ, 이탈리아의 ‘그라치아’, 러시아의 ‘스플린킷’이라는 웹사이트, 독일의 ‘글래머’라는 매거진과 계약이 돼 있어요.”



●수입은 어떤 편인가요.



 “컬렉션 시즌에 한 번 나가면 뉴욕·런던·밀라노·파리를 모두 한 달 넘게 돌다 와요. 비용이 1500만원 정도 들어요. 그런데 한 번 나갔다 와서 버는 수입은 5000만원 정도예요. 수익성으로 봐도 괜찮은 편이죠.”



●구미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작가들은 베테랑일 텐데요. 그들과 비교하면 남 작가 실력은 어떤 편인가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세계적으로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 대한 시장가격이 있는데요. 그분들과 비슷하게 가장 비싼 가격으로 제 사진이 거래가 되고 있어요.”



 듣고 보니 ‘스펙’이 아니라, 현범씨의 패기와 상상력이 지금의 그를 만든 듯했다.



 “사람들은 자기 재능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저는 운 좋게 저 자신을 일찍 찾은 것이죠.”



●남 작가를 알아보는 팬들도 생겼겠네요.



 “피렌체에서 한 여성이 걸어오기에 제가 사진을 찍었죠. 그런데 웃으면서 ‘나, 너 안다’고 해요. 가끔 제 블로그 들어와서 사진도 본다면서요. 그러니 이 일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몰라요.”



j 칵테일 >> 스케이트보드 타려고 휴학



남 작가의 가정 환경이 궁금하다. 부모님께 패션 DNA를 물려받은 것일까. 남 작가, 주저 없이 답을 한다. “저희 부모님은 패셔너블(fashionable)하지 않으세요.” 아버지는 컴퓨터 회사 관리직, 어머니는 부동산 분야에 종사한다고 한다.



 부모님은 남 작가의 성장과 발전을 말없이 지켜보셨다 한다. “‘하고 싶으면 한번 해봐라, 네 인생인데’ 이런 식이세요.” 고등학교 시절 현범씨가 패션잡지를 탐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집안 분위기가 굉장히 개방적이에요. 제가 군대 가기 직전에 스케이트보드를 타려고 휴학을 한 번 했어요. 물론 “스케이트보드 때문에 휴학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은 아니었죠. 한 학기 내내 진짜 스케이트보드만 탔어요. 그러고서 입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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