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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휴대전화 연주로 유명한 실험음악가 … 보라 윤

휴대전화 연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뉴욕의 실험음악가 보라 윤(31). 그녀가 이번에는 지난주 영국에서 열린 에든버러 축제에서 공연된 멀티미디어 연극 ‘태엽 감는 새 연대기(The Wind-Up Bird Chronicle·이하 태엽)’의 작곡가이자 연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상실의 시대』 『1Q84』로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태엽’에서 보라씨는 하루키의 문학세계를 소리로 포착했다. 보라씨는 두 시간에 달하는 공연 내내 홀로 오케스트라석에서 10여 가지 악기와 유사 악기로 연주했다. 클래식과 실험음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아방가르드 연주자로서 자리매김한 보라 윤을 만났다.



하루키 작품 ‘태엽’에 실험음악 감았습니다

뉴욕중앙일보=박숙희 문화전문기자















●‘태엽’의 음악을 맡게 된 계기는.



 “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BAM)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의 추천으로 작곡가를 물색 중이던 연출가 스티븐 언하트를 만났다. 우리는 정말 잘 맞았다. 대본의 대부분이 꿈에 관한 거였고 실험음악가이자 연주자로서 내가 해온 것과 유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았나.



 “이름과 소설 제목은 들어봤어도 작품을 읽은 적은 없었다. 공연을 계기로 원작과 각색한 대본을 같은 시기에 읽으면서 600쪽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2시간반의 대본으로 응축시켰다는 것이 상당히 놀라웠다. ‘태엽’이 내겐 첫 하루키 소설이었다. 하지만 극본을 연구하면서 곧 하루키에 중독이 됐다. 그 후로 ‘해변의 카프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을 읽었고, 얼마 전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끝냈다.”



●‘태엽’에서 매료된 점은.



 “하루키는 무형의 상태를 본능적이고 매혹적인 방법으로 놀랍도록 잘 묘사하고 있다.”



 ‘태엽’은 어느 날 도쿄의 실업자 도루 오카다의 아내가 가출하고 고양이도 실종된 후 그 앞에 신비한 정치인 처남 그리고 죽음과 스릴에 매료된 소녀가 나타나며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체험을 한다는 내용이다.



●음악을 어떻게 준비했나.



 “이 작품엔 분라쿠 인형극, 부토, 연기, 비디오, 미니어처 등 다양한 장치가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속한 세계의 어휘가 정해지자 인물과 환경을 어떤 멜로디와 악기, 사운드와 주제로 가장 잘 의인화할 것인가에 관해 연구했다. 사카모토 류이치, 브라이언 이노 등 음악가들과 영화 ‘솔라리스’의 사운드트랙 등을 참고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것이었다. 음악이 잘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잘못되면 모두가 알아차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첫째 가장 중요한 미학적 목적을 생각해야 했고, 둘째 인물과 연관된 악기를 결정해야 했다. 셋째는 길이, 넷째는 윤곽을 정해야 했다. 내가 있는 오케스트라석은 사실상 무대 위 세상과 평행하는 우주이기도 했다. 난 주인공 도루가 가진 수족관처럼 수족관이 있고, 도루가 들어가는 깊은 기억의 세계 같은 형태와 소리를 지닌 스틸드럼을 연주한다. 또 이야기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만주의 살육 장면으로 옮겨갈 때 난 비올라 활로 티베트 싱잉 보울(사발 모양의 티베트 고대 악기)을 연주해 무시무시한 행동으로 유발되는 정서와 비명의 음조를 낸다.”



●어떤 악기를 연주했나.



 “티베트 싱잉 보울과 내 목소리, 비올라, 스틸드럼, 피아노, 비브라폰, 비닐, 축음기, 라디오, 워키토키, 메트로놈, 차임 등이다. 우물 속의 도루 장면에선 티베트 싱잉 보울, 호텔방 208호에선 라디오의 정전기 소음을 썼다. 등장인물마다 음악의 테마도 달랐다. 크레타 카노에겐 피아노, 와타야 노보루는 현악기, 구미코는 부다박스와 비브라폰을 사용했다.”



 멀티미디어 연극 ‘태엽’은 2010년 1월 퍼블릭시어터의 ‘언더어레이더’ 페스티벌에 초대돼 뉴욕 소호의 오하이오시어터에서 시연됐다. 이후 개작을 거쳐 에든버러 축제에서 공식적으로 세계 초연되는 것이다.



●공연에서 어려웠던 점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웠던 것은 매일 밤 똑같이 2시간반짜리 쇼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공연 전과 공연 내내 무대에서 ‘1인 여성 오케스트라’로 무대 한편에 있어야 한다. 공연마다 출연진과 제작사, 그리고 라이브 뮤지션으로서의 에너지도 변화한다. 나는 항상 소리를 민감하게 통제한 상태에서 모든 배우의 에너지를 발산시켜야 하고, 음악이 그들의 연기·템포와 함께 호흡하도록 해야 한다.”



●공연의 즐거움은.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마음이 돼 언하트가 제시한 ‘꿈의 연극’을 만들어냈다. 또한 무대 위 등장인물이 모두 아시아계라는 점도 즐겁다.”



●에든버러 축제에 앞서 유럽에 갔는데.



 “폴란드 단치히 인근 소포트에서 열린 제7회 월드컬처 페스티벌에서 행위예술가이자 작곡가인 루크 뒤부아와 공연했다. 취리히에서 다음 음반인 ‘침몰한 성당(Sunken Cathedral)’도 준비했다. 로리 앤더슨, 아르토 린지 등의 음반을 제작한 스위스계 미국인 피터 세어러가 내 음반을 제작한다.”



●뉴욕에서 작업할 수는 없었나.



 “뉴욕은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시장과 미팅 등의 측면에선 정말 훌륭한 도시다. 하지만 무언가 특별한 것을 창작하고, 깊이 들어가는 데는 뉴욕이 아마도 최악의 도시일 것이다. 왜냐하면 뉴욕엔 무척 많은 일이 진행 중이라 주의가 분산되며,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돌아가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작업은 따로 떨어져 있고, 어느 정도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뉴욕에선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난 1년 중 반은 뉴욕에서, 반은 다른 곳에서 보내고 있다!”



●음악의 여정이 다양하다. 어떻게 진화해왔나.



 “전형적인 한인 자녀처럼 나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시작했다. 이후 교회와 학교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걸 진정 즐기게 됐다. 이후엔 영화음악, 뮤지컬에 흥미를 느꼈다가 팝음악으로 갔고, 그 후엔 포크와 대안음악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대학 시절 기타를 잡고 노래를 작곡했으며,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동시에 클래식 작곡가로 활동한 셈이다. 뉴욕에 온 이후엔 두 가지를 통합하기 위해 내 자신이 전자음악과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곡을 쓰며 연주하는 작곡가 겸 행위예술가가 됐다.”



●실험음악에 심취하게 된 동기는.



 “오래전 클래식 음악을 발견한 후 진화하게 된 것이다. 아무런 참고문헌 없이 완벽한 음조를 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음악적인 잠재성이 있는 소음-사운드-음악의 세계를 보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무엇이든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운드를 얼마나 길게 유지하거나 어떻게 하모니 옆에 놓는가 하는 것, 그것이 음악의 열쇠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키보드처럼 보게 됐고, 음악을 창작할 수 있었던 셈이다.”



●초기 음반은 실험적이지 않았다.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노래가 주류인 포크에 가까웠다.”















●휴대전화의 수신음을 악기로 발견한 순간은.



 “2005∼2006년 즈음, 지하철 안에서 내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1-2-3을 누르니 도-레-미처럼 들렸다. 그러곤 사람들의 휴대전화 번호(123-456-7890)가 음악적인 사고, 혹은 멜로디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운드가 매혹적이면서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 전자악기와 피아노 페달과 함께 사용한 후 더 큰 음악적인 아이디어가 되는가 보기 위해 만든 것이 수신음 곡 ‘플링코(PLINKO)’다.”



 2008년 출반한 ‘폰네이션(Phonation)’에 수록된 플링코는 휴대전화의 버튼을 누르면 나는 전자음을 피아노처럼 “뚜르르 뚜뚜 뚜, 뚜르르 루 루∼” 연주하면서 박수소리, 전자음악과 윤씨의 노래가 어우러지는 ‘휴대전화 심포니’다.



●사용한 휴대전화 모델은.



 “삼성, 블랙베리, 아이폰 등 다양하다. 내게 매력적인 사운드가 있는 것만 보관하고, 나머지는 교환했다.”



●휴대전화 연주가로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보도됐는데, 놀랐나.



 “기사를 보고 무척 흥분이 됐다. 기사가 나간 후 국제적으로, 그리고 여러 회사에서도 연락을 취해왔다. 뜻밖에도 월스트리트저널의 특성상 제조업체와 모델명을 요구해서 내 전화의 배터리를 꺼내고, 어느 회사 제품인지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삼성이었고, 우연하게도 삼성은 수천 달러의 무료 홍보 효과를 봤다. 이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측면이었다.”



●한국의 전통악기도 사용하나.



 “오래전에 북을 배운 후 판소리와 사물놀이 리듬에 빠졌었다. 부모님이 전라도 출신이어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카네기홀, 구겐하임 뮤지엄, 브루클린 뮤지엄, 수영장 등 여러 장소에서 공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장소는.



 “브루클린 매카렌파크 풀장에서 한 공연이 가장 흥미롭고도 이상한 장소였다. 올림픽 수영장 3개 크기다. 또한 돔(dome) 양식이 있는 파크애비뉴 아모리(옛 병기창고)로, 둘 다 크기가 5만5000평방피트로 같다는 점도 재미나다. 무엇보다도 두 장소의 음향이 훌륭했다.”



●성가대 활동도 꾸준히 하는데.



 “맨해튼의 아센션처치에서 프로 소프라노로 노래한다. 운이 좋아서 이곳에서 ‘폰네이션’과 ‘내 끝은 나의 시작(My End Is My Beginning)’ 같은 특정 콘서트도 열었다. 이 교회는 최근 수백만 달러의 보수 공사를 거쳐 프렌치 오르간을 설치했다. 내 새 앨범에 이를 통합하고, CD 출시 파티도 이 교회에서 하고 싶다.”



●한국에서 광고도 찍고 공연도 했다.



 “2007년 삼성의 15초짜리 광고에 나갔었다. 보라 폰 출시할 계획도 있었는데 무산됐다. 같은 해 백남준 뮤지엄에서 열린 해외동포 축제에서 연주했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무지 많다. 여러 가지 물이 내는 소리, 유리컵에서 나오는 소리들, 와인 잔을 닦는 소리, 냉동된 유리컵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사과를 처음 깨무는 소리 등등.”



●싫어하는 소리는.



 “어떤 소리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모든 소리는 장소와 이 세상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j 칵테일 >> 위스키 한 병에 승복한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을 다른 장르로 각색하는 것을 절제해 온 작가다. 연출자 스티븐 언하트는 2003년 일본의 벽촌을 여행하며 하루키에게 매료됐다. 뉴욕에 돌아와 ‘태엽’의 멀티미디어 공연을 구상한 뒤 하루키에게 15분만 만나달라고 편지를 썼다. 겨우 승낙을 얻은 그는 위스키 한 병을 들고 하루키를 찾아가 ‘꿈의 연극’의 아이디어를 설명해 마침내 판권을 얻어냈다. 언하트는 카프카적인 그림자와 일본 무용 부토를 연상시키는 느린 움직임과 일본 전통 인형극, 그리고 영화 ‘파리 텍사스’와 ‘그랑 블루’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미장센, 보라 윤의 최면적인 라이브 음악으로 관객을 흡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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