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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부자 증세’ 내세운 오바마, 요즘 가장 의지하는 ‘응원군’ 워런 버핏





“세금 무서워 투자 안 하는 부자 못 봤다”



워런 버핏.





퀴즈 하나.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는 경제참모는? 정답은 월가의 큰손 워런 버핏(81)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증세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자 “나 같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라”며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등 내로라하는 부호들도 버핏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기회를 놓칠세라 그동안 재정적자 절감 해법으로 부자 증세를 주장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버핏의 발언을 크게 반기며 증세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민층을 대변하는 민주당과 그 수장이 세계 제일의 부자와 한목소리를 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적과의 동침’이 나타난 표면적 원인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 오바마의 경제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엔 국가부도를 걱정할 만큼 심각해진 재정적자의 그림자가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기 ‘경제 4인방’은 해체된 지 오래다.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지난해 9월 사임했고, 후임인 오스턴 굴즈비 위원장도 올가을 시카고대학으로 돌아간다.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과 피터 오재그 예산국장도 이미 오바마 곁을 떠났다. 원년 멤버로는 유일하게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남아있지만 유효 기간은 1년 남짓하다. 가이트너 장관은 올 초부터 수차례 ‘쉬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더니 급기야 “내년까지만 현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재정적자, 경기침체, 공화당 공격과 경제라인 공백이라는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이 와중에 워런 버핏이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줬으니 구세주가 따로 없다.



 버핏은 15일자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수퍼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Stop Coddling the Super-Rich)’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인 대다수가 아등바등하는 동안 나 같은 수퍼 부자들은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지난해 연방 세금으로 소득의 17.4%를 냈으나 내 사무실에 있는 직원 20명은 나보다 높은 33~41%를 냈다”며 “수퍼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이 지난해 종합소득세로 낸 돈은 700만 달러(약 75억원). 절대적인 금액은 크지만 돈으로 돈을 버는 자본가들이 노동으로 돈을 버는 근로자들보다 세제 혜택이 많고 세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워싱턴의 세금정책센터(TPC)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 상위 1%가 내는 세금 부담률은 1979년부터 2007년까지 7.5%포인트나 낮아졌지만 중산층인 소득 상위 20%의 부담률은 같은 기간 4.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버핏은 “세율이 낮아진 2000년대 이후부터 일자리 창출이 훨씬 줄었다”면서 “중산층이나 빈곤층에 주어지는 급여세 감면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되 부유층에게서 즉시 세금을 더 거둬들이라”고 했다.



 워런 버핏의 ‘저의’가 무엇인지 수많은 해설이 쏟아지고 있다. 공화당 측은 “세금을 내고 싶으면 그냥 혼자 내지 왜 다른 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금과 세수 사이 관계를 정립한 아서 래퍼 래퍼어소시에이트 회장은 “버핏의 부는 대부분 현금화 되지않은 자본이득이라 세금이 부과된 적이 없고 이 돈을 재단에 기부한다면 앞으로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본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말 공정성을 원한다면 구체적으로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에게 50%의 세율을 적용하는 부자세를 제안하라”고도 촉구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대중은 버핏의 고해성사에 열광하고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증세’라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던 과거 ‘풍요로운 US 시티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MSNBC 방송이 5만5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5%가 버핏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악화된 국가재정이 뿌리깊은 정치 이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더 이상 ‘공화당=재정지출 축소&감세’, ‘민주당=재정지출 확대&증세’라는 틀에 박힌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전까지 기업 비즈니스나 금융시장이 국가재정과 상대적으로 철저히 분리돼 있었던 미국이지만 이제 나라 곳간부터 챙길 수밖에 없게 됐다. 워런 버핏은 ‘세금을 올리면 투자가 위축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투자 인생 60년 동안 세금 내는 게 두려워서 투자하지 않는 부자는 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충분한 혜택을 받아왔으니 (재정적자에 대한)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는 돌아서며 들릴 듯 말 듯 이렇게 중얼거렸을지 모른다.



 “그래, 정말 오랫동안 나랏빚이야 늘든 말든 세금 부담 없이 실컷 돈을 벌 수 있었어. 하지만 이제는 국가재정 문제가 곧바로 금융시장(채권시장)을 흔들어 버리니 원…. 내가 말했잖아. 세금 내는 게 두려워서 투자 안 하는 부자는 없다고. 그런데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하거든…. 세금 몇 푼 더 내더라도 돈밭부터 좀 안정시켜 보자고….“ 그래서 그를 두고 ‘오마하의 현인’이라 하지 않는가.



이소아 기자



‘미국인 세금 줄이기’ 앞장서는 이 남자 그로버 노퀴스트



“버핏, 원한다면 당신이나 세금 더 내라”














공화당은 주장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어마어마한 적자 때문이다. 일반 가정을 예로 들었다. 가정에서 적자가 커지면 지출을 줄이지 않는가. 정부도 지출을 줄여야 한다. 부채상한 증액 협상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잊은 게 하나 있다. 적자가 커지면 일반 가정에서는 지출도 줄이지만 수입을 늘릴 궁리를 한다. 정부도 수입을 늘리면 되지 않을까. 정부가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일반 가정보다 쉽다. 세금을 더 많이 걷으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상한 증액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때도 양당은 추가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쉽게 합의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추가 수입은 ‘0’이 됐다. 미국은 왜 세금을 올리지 못했을까. 비교적 평범한 질문에 대한 답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던 차에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부자 증세’를 외치고 나왔다. 하지만 워싱턴DC의 반응은 예상외로 미지근하다. 의회가 휴회 중인 이유도 있지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그로버 노퀴스트의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로버 노퀴스트는 하버드대를 나온 후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요청으로 보수 이익단체 ‘세제 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회장이 됐다. 그는 지지를 부탁하는 정치인들에게 ‘납세자 보호서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종류의 세금 인상에도 반대하겠다는 이 서약에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이 서명했다. 이런 공화당의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이 아예 협상카드에서 ‘증세’를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그를 18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워런 버핏의 주장에 당신은 반대할 것 같은데.



 “워런 버핏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다면 본인이 수표를 써서 정부에 더 많은 세금을 내면 된다. 그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는 위선자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기를 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올린 첫 번째 세금은 담뱃세였다. 미국의 부자 중에 담배 피우는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밖에 없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저소득층을 공격했다.”



●‘세제 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



 “정부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 간섭과 지출을 줄여야 한다. 미국에 사는 개인의 자유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어떤 종류의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기존 세금의 세율을 올리는 것에 반대한다. 다음으로 개인이나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간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등 모든 단위에서의 정부 지출을 줄여 나가려 한다.”



●당신이 최근 경제위기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예산적자 상황에서 11조 달러를 쓰길 원했다. 하지만 백악관과 상·하원이 합의한 것은 정부 지출을 2조5000억 달러 줄인 것이다. 정부 부채 상한 증액 협상에서 세금 인상은 없었다. 일부는 세금 인상 없이는 협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우리가 맞았다. 우리는 세금 인상 없이도 정부 지출 삭감을 이끌어 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지금과 같은 불경기 상황에서는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번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뺏어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어떻게 미국이 부자가 될 수 있는가. 호수를 예로 들어보자. 호수에서 물을 퍼서 양동이에 담은 뒤 호수 반대편에 그 물을 붓는다고 치자. 호수가 더 깊어지는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세율을 내리고 자유무역을 확대해야 한다. 또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LA중앙일보=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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