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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낮엔 카다피 경호원 … 밤엔 시민군 스파이였다”





카다피 전복 일등 공신 … 군·경찰 ‘이중간첩’ 모여 감격의 눈물



‘이중간첩’ 벤 주마



마흐무드 벤 주마(54)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개인 경호부대 상급장교로 20년이 넘도록 군에 몸담아 온 베테랑이었다. 그는 이번 사태 때 낮에는 카다피 친위대로서 시민군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미행하도록 지시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벤 주마는 동시에 시민군의 위장 침투요원이기도 했다. 밤에는 시민군 지도부를 만나 카다피군을 타도할 전략을 논의했다. 이중간첩(double agent)이었던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6일 카다피 정권 전복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이중간첩들의 활약을 소개했다. 신문은 “시민군이 큰 희생 없이 트리폴리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한때 카다피에게 충성했던 정부 내 고위급 인사들이 시민군 지도부와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벤 주마는 지난 2월 시민군이 처음 봉기했을 때부터 이들과 뜻을 함께해 왔다. 그의 정보력을 이용하자며 끌어들인 것 역시 이미 시민군 쪽에서 활동 중이던 지역 경찰 간부 압델 바삿 알투발이었다. 벤 주마는 “나는 카다피군 중에서도 가장 군기가 센 조직을 지휘했지만 동시에 이 혁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같이 카다피와 절친한 보안부대의 장군들을 만나 정보를 수집했다. 또 전화 도청과 시민군 신문 등에서 나온 첩보는 물론이고 체포 명령도 곧바로 시민군에 전달했다.



 이달 초에는 이중간첩 행각이 발각돼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한 발 앞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벤 주마는 가족들을 튀니지로 피신시킨 뒤 자신은 안전가옥에 숨어 있다가 지난 20일 시민군이 트리폴리에 입성하는 순간 영광을 함께했다.



 동부 타주라의 외곽에서는 한 장군이 순찰조직을 결성하기도 했다. 순찰대원들은 골목길에서 만나 휴대전화 불빛으로 암호를 만들어 교신했고, 정부군의 단속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시민군 지도자 하킴 바울사인은 “비밀 무기고에 방문했다 여러 차례 체포될 뻔했는데 우리 정보원으로 일하던 카다피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리 귀띔을 해 줘 변을 피할 수 있었다” 고 설명했다.



 25일(현지시간) 트리폴리에 있는 한 호텔에는 중년의 남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이내 서로 알아본 이들은 옆사람을 끌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이날 모인 30여 명은 카다피를 몰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트리폴리 지역단체의 간부였다. 이들 중에는 카다피군과 경찰 등 내부에서 암약하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시민군과 조직을 보호한 ‘이중간첩’이 포함돼 있었다. 여러 달 동안 비밀리에 긴밀히 연락하며 전략을 논의해 온 이들이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숫자가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단체의 일원이 체포될까 봐 간부들조차 철저히 익명으로 활동했고, 소규모로만 비밀리에 접선하는 점조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에야 비로소 실제 이름과 직업을 밝히는 감격의 순간을 누렸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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