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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백과사전 속 유명인 인물정보, 그걸 다 믿으십니까









만들어진 승리자들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을유문화사

701쪽, 2만3000원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주필을 지낸 저자 볼프 슈나이더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6년 전 나왔던 『위대한 패배자』(을유문화사) 때문인데, 그 새 21쇄를 찍었으니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무슨 매력 때문일까? 최후의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 대한 은근한 반작용이 아닐까? 볼프에 따르면 “그나마 세상이 참을만한 건 위대했으나 패배했던 이들의 주는 울림 때문이다.”



 1876년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에 5년 앞서 특허를 땄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안토니오 메우치는 ‘명성을 도둑질 당한’ 케이스이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작품 한 점 못 팔았던 위대한 패배자였다는 식이다.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독일에서 『위대한 패배자』보다 먼저 선보였는데, 우상 파괴의 언어로 가득하다. 우리 시대 문장은 예외 없이 드라이한데, 그는 특유의 현란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역사 인물의 이중성을 여지없이 노출한다. 풍부한 인문 교양과 박람강기(博覽强記)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책의 메시지는 “백과사전 인물정보를 믿지 말라”로 요약된다. 그들은 “명성의 로또에 당첨된 극소수”(659쪽)일 뿐인데, 막상 혐오스러운 유형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테면 작곡가 J S 바흐는 인색한데다가 성격까지 못 됐다. 분류컨대 “나쁜 이웃”(15쪽)이라는 게 저자의 독설이다. 바흐뿐일까?



 역사 속의 승리자들은 유리한 환경에 태어나는 등 단지 재수가 좋았거나, 자기 포장 능력이 뛰어난 냉혹한(漢)일 가능성도 크다. 작곡가 모차르트의 경우 집안의 17번째 아이로 태어났는데, 우리시대라면 태어날 기회조차 잡지 못했으리라. 자기포장의 달인은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 그 중 나폴레옹의 경우 유배지에서 『세인트헬레나 회상』을 펴냈는데 자신을 프랑스대혁명 이념의 집행자이자, 휴머니즘의 사도인양 그렸다.



 가히 “왜곡이 하늘을 찔렀으나, 사람들은 그걸 믿는다”(557쪽). 어떤 인물들은 치부를 털어놓는 절묘한 방식으로 명성을 얻곤 하는데, 대표선수 감은 『에밀』의 저자인 루소가 그렇다. 그는『참회록』에서 한밤에 성기를 꺼낸 채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수음(手淫) 일화까지 털어놓는 ‘전략적 솔직함’을 선보였다. 철학자 니체의 천재성에도 한번은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니체는 스무 살 무렵 쾰른에서 매독에 걸렸다. 생애 만년 이후 매독은 진행성 마비단계로 발전했는데, 이게 특유의 광기를 낳았다. 오해 마시라. 볼프의 역사인물 뒤집기는 반(反)영웅의 허무주의로 빠지지는 않는다. 니체의 광기는 정상인에게 찾기 힘든 다이아몬드 같은 투명한 정신으로 발전해 최고도의 명료함과 도취의 철학을 낳았다는 평가가 곁들여진다.



 무수한 사람과 일화가 등장하기 때문에 ‘뒤집어본 서구문화사’로 읽힌다. 그럼 이 책의 노림수는 무얼까. 허명이거나 우연일 수도 있는 역사적 위인의 무거운 관(棺)을 당신의 머리에 떠메고 다니지 말라는 건 아닐까. 네 스스로가 위대해지고 주어진 삶의 승리자내지 주인공이 되라는 노회한 권고다. 그래서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고급반용 읽을거리가 맞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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