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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육상과 과학은 기초가 중요하다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서울대 교수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오늘부터 대구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와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등 TV에서나 보던 육상 스타들이 우리 눈앞에 총출동했다. 어떤 신기록과 명승부가 탄생할지 궁금하지만, 과연 한국이 47개 종목(141개 금·은·동메달)에서 어느 정도 선전할지도 관심이다.



 육상선수와 닮은꼴의 사람들이 또 있다. 연구자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국가대표 육상선수들과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닮은 구석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초적인 종목인 육상과 수영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기초과학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둘 다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못하다. 우리의 신체구조가 육상에서 흑인과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데다 국가적 지원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기초과학 분야 역시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우수한 연구자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육상이나 기초과학은 지속가능한 훈련 환경을 제공하면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선구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육상은 그동안 정체 상태였다. 유일하게 기대를 걸었던 마라톤도 손기정·황영조·이봉주 이후에 대가 끊겼다. 하지만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국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뚜렷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파격적인 포상금 약속과 함께 드디어 지난 6월에는 1979년 작성된 100m 한국기록(10초34·서말구)이 32년 만에 경신됐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기초 연구 분야에서 기초과학연구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기초과학(연)은 지금까지 대학이나 출연연구원이 다루기 힘들었던 장기 순수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게 해주는 보금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훈민정음에도 나오듯이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한국 과학이 선진국 문턱까지 오른 것은 체육에서 보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엘리트 체육’의 승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체육에서 육상과 수영 같은 기초 종목을 다져야 하듯 과학기술에선 기초 과학의 뿌리를 넓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도전정신이다. 국내 육상의 퇴보는 전국체전에서 괜찮은 등수에만 들면 실업팀에 들어가 안주해온 게 독(毒)이 됐다.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선 미래가 없다. 기초 과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385억원이던 기초연구사업 예산이 올해 9451억원으로 12.7% 늘어났고, 연구 결과가 목표에 미치지 못해도 독창적인 과제에는 지원을 계속하는 ‘성실실패용인제도’도 도입됐다. 하지만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도전정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의욕이 왕성한 30대 연구자들의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수준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국 과학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게 된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날 것이다. 육상과 닮은꼴인 한국의 기초과학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를 새로운 자극과 더 큰 도전을 향한 촉매제로 삼길 기원한다.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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