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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광장서 만난 노인 “카다피, 무슨 짓 할지 몰라”





이상언 특파원 트리폴리 가다



25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순교자 광장(그린 광장)에서 방탄조끼를 입고 서 있는 이상언 특파원. 트리폴리에선 교전이 이어지며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69)와 그의 군대는 수도 트리폴리에서 사라졌지만 혹독한 독재의 기억은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시민군의 진격으로 세상이 바뀌었어도 42년 독재의 광기는 이곳 트리폴리의 200만 시민을 여전히 공포정치의 포로로 사로잡고 있었다.



 25일 오후(현지시간) 트리폴리 시내의 순교자 광장(카다피 시절엔 녹색 광장으로 불린 트리폴리의 중심지) 주변에는 100명 남짓한 시민의 모습만 모였다. 절반가량은 승리를 자축하러 온 시민군이었다. 시민들이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광장으로 몰려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전날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변 도로도 한산했다. 시민군의 픽업 차량과 조심스럽게 바깥 상황을 파악하러 나온 사람만 이따금 눈에 띄었을 뿐이다.



 트리폴리 시민들은 대부분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집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문을 연 상점도 찾기 어려웠다.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미치광이 카다피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안전한 곳에 피신하라”며 기자를 걱정했다. 거리의 시민들은 대부분 물과 식료품을 구하러 나선 가장(家長)들이었다. “수돗물을 마시면 안 되느냐”는 질문에 한 노인은 “카다피가 상수도원에 독극물을 풀지 모른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꼭 생수를 사서 마셔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파멸적 상황에 몰린 카다피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트리폴리를 초토화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카다피군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민군이 접수한 군사시설에서 이를 수거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카다피는 자신과 가족의 요새인 바브 알아지지야를 포기하고 도주했지만 리비아 국민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공포의 대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가 사살되거나 생포되기 전까지는 시민들에게 진정한 해방은 오지 않을 듯하다.



 영국 특수부대인 SAS 대원들이 트리폴리 등에서 시민군을 이끌며 카다피 색출 작전에 들어갔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보도도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첩보당국이 카다피가 숨을 만한 지역을 몇 곳으로 좁힌 뒤 첩보요원을 재배치하고 감시장비를 집중시키는 등 카다피 색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 군은 여전히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트리폴리 남쪽의 공항에는 박격포탄이 간간이 떨어졌다. 도심 곳곳에서도 잔당들이 시민군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트리폴리 외곽의 카다피 농장에서도 교전이 있었다. 시민들은 국민의 목숨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독재자와 측근들의 최후 발악에 경악하고 있다.



 카다피의 셋째 아들 알사디는 미국 CNN 방송과 주고받은 e-메일에서 “시민군이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트리폴리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트리폴리 시민들은 미사일이나 로켓포가 도심으로 날아올지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시내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성도 시민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대부분 시민군이 흥에 겨워 허공에 쏘는 것이지만 일부는 카다피 잔당과의 시가전에서 비롯한 것이다. 두 종류의 총성이 구분되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주민들의 공포는 카다피 군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일부 주민은 시민군에 대한 경계심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40대 남성은 “트리폴리에는 본의건 아니건 카다피 측에 가담했던 사람이 많다. 이들은 지금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군이 세운 과도국가위원회(NTC)는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피의 숙청’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상언 특파원



◆순교자 광장(Martyr Square)=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시절엔 ‘녹색 광장(Green Square)’이라 불렸던 수도 트리폴리의 중심지.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한 이후 이름을 바꿔부르고 있다. 카다피가 권좌에 있었을 땐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연설했던 독재정치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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