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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시위 세력, 제주 강정마을 원정…해군기지 공사 중단 매월 59억 손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마을에는 노란 깃발이 쉼 없이 펄럭인다. 장대 끝에 묶인 깃발에는 ‘해군기지 결사반대’란 글이 적혀 있다. 현수막들도 여기저기 나붙었다. ‘해군 NO’ ‘결사 항전’ ‘미 제국주의의 대중국 해군기지 결사 반대’.



주민 vs 주민, 주민 vs 경찰 충돌 갈수록 격화

 25일 오후 마을에서 올레길 7 코스로 이어지는 길목은 천막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일부 주민은 이곳에서 농성하며, 밤에도 불침번을 선다.



 주민 김모(43)씨는 “14일 육지 경찰들이 대거 오면서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긴장감이 커졌다”며 “4년4개월을 끌어온 싸움을 끝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관은 “마을 주민 중에서도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갈등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갈등과 긴장만 고조되고 있다. 960가구 1900여 명이 사는 강정마을은 찬반으로 나뉘어 찢겨 신음하고 있다. 강정마을은 제주도에서 드물게 벼농사가 가능해 과거에는 부유한 동네로 꼽혔다. ‘제주 제일(第一) 강정’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이 마을이 지금은 ‘갈등 제일 강정’이 됐다.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2007년 4월 노무현 정권 때 결정됐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당시 노 대통령의 관심은 미군 해군력의 지원 없이도 해양주권과 국익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목적으로 제주도 해군기지가 추진됐다. 강정마을이 주민 찬성률이 가장 높아 후보지로 결정됐다.



 해군기지 공사는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올 6월 1405억원(전체 사업비의 14%)이 투입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생명평화결사’ 등 육지 세력들이 개입하면서다. 이들이 반대파 주민들과 합류해 공사장 진입로와 해안 등에서 농성하면서 공사에 제동이 걸렸다. 육지의 일부 단체들은 다음 달 3일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현지를 방문하는 ‘평화의 비행기’ 행사도 벌일 예정이다. 천주교 사제들과 제주도의원들도 농성에 합류했다. 김희중 대주교가 광주 지역 신도 40여 명과 함께 강정마을을 찾아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경찰력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제주에는 4·3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다. 이념 충돌로 1만4000여 명이 숨졌다. 경찰력으로 밀어붙였다가 갈등이 폭발할까 주저하는 이유다. 반대론자들은 “주민 의견을 제대로 안 묻고 입지를 결정했으며, 해안 생태환경과 주민 생존권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제주해군기지가 중국을 자극해 공격의 대상이 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군기지를 유치한 주민대표 윤태정(57)씨는 “이념이 불확실한 일부 외부 세력들 때문에 국책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방부 전력정책관 이용대 소장은 “신속하게 남방해역을 방어하려면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가 중단되면서 매월 59억8000만원씩 손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제주도의회는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은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주민투표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입장이 다르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찬반만이 아니라 사태 해결 방향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등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여론조사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김진호(정치외교학) 교수는 “제주해군기지는 자주국방 차원에서 필요하고,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절차를 거쳐 결정한 국책사업인 만큼 되돌리긴 힘들다”며 “4·3의 아픔이 있는 제주도에서는 더 양보하고 타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이해석·최경호 기자



◆제주 해군기지=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 해안 48만㎡(육지 28만㎡, 해안 매립 20만㎡)에 9770억원을 들여 2014년 완공 계획이다. 항만은 부두 2400m와 방파제 2500m를 건설한다. 전단급 소형 기지로, 이지스함 등 대형 함정 20여 척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다.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을 동시에 계류시킬 수 있는 군·민 복합형 관광 미항으로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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