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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감사원 칼 자초한 대학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2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의 모습이 예년과 다르다. 갑(甲) 중의 갑으로 불리는 감사원의 유례없는 감사에 대학은 초긴장이다. 3주째 진행 중인 양건(64) 감사원장의 칼은 등록금을 겨누고 있다. 전국 66개 대학이 등록금을 적정하게 산정(算定)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게 명분이다. 투입 인력만 400명이다. 교육과학기술부도 19명을 파견했다. 양 감사원장은 “대학과 소통하며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의 중압감과 피로도는 상당한 듯하다. “죄인 취급한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들린다. 기자가 만난 대학 관계자들의 얘기는 이렇다.



 - 감사는 원래 깐깐한 것이다.



 “정도가 심하다. 연구비 사용 내용을 보겠다며 가족 주민등록번호까지 요구한다.”(A대학 교수)



 - 감사원 직원들이 전문성이 있는가.



 “시시콜콜한 자료까지 요구한다. 황당하다.”(B대학 직원)



 - 업무에 차질이 있나.



 “개강이 코앞이고 입시도 시작됐다. 일이 많은데 죽을 맛이다.”(C대학본부 처장)














 대학들은 자존심이 상한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반값 등록금’ 논쟁으로 촉발된 감사원의 등록금 들추기는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전면 감사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대학들은 사학(私學)에 대한 감사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한다. 서울대처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는 당연히 감사원 감사 대상이지만, 사립대는 사립학교법 등에 근거해 교육과학기술부만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사립대 감사 근거가 있다(감사원법 23조 7호와 24조 3항)”고 반박한다. 사립대에도 국고가 지원되기에 감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감사의 빌미는 대학이 제공했다. 일부 대학의 방만·부실운영과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등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등록금은 정말 비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넷째다. 1980년 64만 명이던 대학생 수가 364만 명으로 늘어났고, 등록금도 몇 곱절 올랐지만 교육의 질(質)은 게걸음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매년 40~50위권을 맴돈다. 교육의 힘, 대학의 힘은 교수에게서 나오는데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요즘 대박이 난 강좌가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개설한 인공지능 관련 온라인 무료 강좌다. 세계에서 12만 명의 수강생이 몰렸다. 강의를 맡은 서배스천 스런(47)과 피터 노빅(55) 교수는 글로벌 스타가 됐다. 기자도 신청해 봤다. 마우스를 클릭하자 10초도 안 돼 e-메일이 날아왔다. 등록번호는 8만3621번.



 기분이 묘했다. 우리는 왜 명강의가 적을까. 대학은 스타 교수를 키우려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등록금 문제도 따지고 보면 강의 질에 대한 불만이 그 근인(根因)이다. 교육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학은 등록금만큼의 값어치를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씁쓸한 것은 제자들의 등록금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극소수란 점이다. 다음 주 개강하는 캠퍼스에는 젊음의 향기가 넘칠 것이다. 대학 주인이 돌아오는 것이다.



 양 감사원장은 이달 말 칼을 내린다. 꼬장꼬장하다는 평을 받는 그는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이다. 교수 생활만 30여 년 했으니 대학 실상도, 제자 애환도 잘 알 터이다. 그의 칼이 수술대에 오른 등록금 폐부를 도려내는 약(藥)이 될까, 대학 자존심만 건드리는 독(毒)이 될까.



그 어떤 명분으로도 대학 자율을 침해해선 곤란하다. 그러나 살림을 잘못한 책임은 당연히 대학에 있다. 세계 12만 명이 아우성 치는 강좌가 나오는데 등록금 문제에 매달린 우리 현실이 부끄럽다. 대학은 등록금 문제의 본질과 자존심 만회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관치 행정과 결별하는 길이다.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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