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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늙은 엔지니어의 노래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김재인(50)씨는 ‘늙은 엔지니어’다. 30대 후반만 돼도 ‘연로하다’는 소리를 듣는 곳이 소프트웨어(SW) 개발업계다. 그는 “나보다 나이 많은 현업 엔지니어는 이제껏 한 명밖에 못 봤다”고 했다.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끈 ‘한메타자교실’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그런 거 모른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는 대학 전산과에 입학하면서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 전산과를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알면 우주선 승무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얼마 안 가 코딩(프로그램 코드 짜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똥통 학교를 나온 탓에 취직이 어려워” 일명 SW하우스에 들어갔다. 개발자들을 한데 몰아놓곤 죽자고 일 시키는 일종의 하청업체였다. 힘들어 뛰쳐나왔다. 마침 배짱 맞는 곳을 찾았다. 한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몸담았던 한메소프트다. 한메타자가 대히트를 쳤지만 회사는 어려웠다. 대기업 투자라도 받으면 사정이 나아졌다가, 또 그 투자자가 휘청거리면 함께 무너졌다.



 몸담은 회사 이름이 네댓 차례 바뀌었지만 끝내 현장을 뜨지 않았다. “서른 살쯤 해외 출장을 갔다가 50, 60대 엔지니어들이 현업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 봤다. 하루 두 끼만 먹을 수 있으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그때 결심했다.”



 비슷한 때, 비슷한 결심을 한 이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몇 안 남은 건 결국 버티지 못해서다. “(벤처기업에) 열심히 출근 중인데도 주위에선 ‘이제 그만 취직을 하라’는 얘기를 끊임없이 했다.” 그는 “나도 대기업 하청 쪽으로 빠졌으면 아마 못 견뎠을 거다. 그나마 내 제품을 개발한다는 재미와 긍지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코딩이 너무 좋아 결혼도 잊어 버린, 30년 엔지니어의 담담한 토로다.



 #김승호(45)씨는 대학 졸업 뒤에야 엔지니어 일을 시작했다. 전자공학과 졸업 뒤 국내 굴지 대기업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에 입사한 덕이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영 안 풀리던 문제를 꿈 속에서 해결했는데, 너무 신이 나 꼭두새벽에 출근했던 일이 떠오른다.” 그렇게 12년을 보낸 뒤 과감히 사표를 냈다. ‘내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IT서비스업은 하청, 재하청이 꼬리를 무는 구조다. 과장이 되고 보니 하청 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야 했다. 달리 살고 싶었다.” 몇몇 동료와 회사를 차렸으나 1년 만에 빠져나왔다. 안정적 투자자나 경험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도움이 없다 보니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았다. 이후 보안 컨설턴트 생활을 하다가 몇 년 전 지금 다니는 중소 IT서비스 업체에 임원으로 입사했다. 어찌 보면 출발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국내 엔지니어의 상당수는 IT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월급 적고 밤샘 많은 건 외려 자잘한 문제다. 일하는 보람, 내 걸 만드는 기쁨, 새 아이디어를 창안했을 때의 성취감. 엔지니어를 춤추게 하는 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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