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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복지한국의 꿈 ①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과




전 국가적으로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났다. 결과는 보편적 무상급식을 저지하려던 이명박-한나라당-오세훈-강남 연대의 완패였다. 오세훈 시장의 무모한 도전은 지난해 지방선거의 주민선택과 시대정신에 대한 역전 시도였다는 점에서 정책선거라기보다는 선거 민심의 거부에 가까웠다. 특히 지난 선거의 서울시장, 구청장, 교육감 득표 상황을 고려할 때 그는 강남3구의 돌출적 몰표가 아니었으면 당선조차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서울시장’이라기보다는 사실 ‘강남시장’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이번 투표를 계기로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한 중요한 허위의식에 대해 함께 성찰하게 된다. 이른바 포퓰리즘 논쟁이다. 특별히 이번 투표에서는 보수적인 정당·학자·언론을 중심으로 복지포퓰리즘 공세가 거셌다. 이는 구체적 자료와 이성적 대안의 제시를 넘어 이념적 낙인 찍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복지포퓰리즘을 주장하기 위해선 두 가지의 최소 준거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가 필요하다.



 첫째는 ‘포퓰리즘’ 규정 자체의 문제다. 일부 정당과 종교와 언론들은 유독 노동자·농민·실업자·학생·빈곤층·비정규직을 포함한 대중·민중·하층·서민을 위한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감세·면세·특혜·비즈니스 프렌들리·규제완화를 포함해 상류층·기업·부자·특권층을 향한 혜택에 대해선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와 같은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해 정당화한다. 이번에도 이런 허위의 담론 구도를 뚜렷이 목도했다. 즉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부자감세’ 규모에 비해 ‘무상급식’ 소요 재원은 훨씬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자감세 규모는 장기간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는다-, ‘특혜정부’ ‘감세망국론’은 없고 ‘복지포퓰리즘’ ‘복지망국론’이 만연했다. ‘대규모’ 부자감세로 인한 재정 감축은 ‘감세망국’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훨씬 적은’ 재정수요는 ‘복지망국’으로 공격하는 것은 논리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객관적 비교의 문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 사회지출을 포함해 한국은 거의 모든 복지지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 수준이거나 최악의 상황이다. 즉 한국의 복지지표와 수준은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 그럴 때 반드시 제기되는 보수적 반론은 그들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고,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논리다. 물론 이 반론은 전연 사실이 아니다. 1인당 GDP 2만 달러라는 동일 시점을 비교할 때 OECD 국가들의 평균 공적 사회지출은 19.9%였다. 그러나 한국은 고작 6.3%였다(스웨덴은 34.5%). 생애복지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사회정책의 부재로 인해 오늘의 젊은이들을 결혼·출산·육아를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로 만들어 놓고도 더 무엇을 포기하게 하려고 복지포퓰리즘을 말하는지 묻고 싶다.



 ‘세금폭탄’ 담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8년 OECD의 평균 국민(조세)부담률은 34.8%이고, OECD의 유럽국가 평균은 38%, 북유럽 복지국가 평균은 45.1%다. 반면 한국은 26.5%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자산·자영·자본·임금 소득 유형을 고려한 한국의 조세체계를 보면 형평성·누진성·합리성은 매우 낮다. 청문회에 나온 거의 모든 고위 공직 후보들이 탈세 경력을 갖고 있거나 탈세 의혹을 받는 현실을 보면, 결국 ‘감세’ ‘세금폭탄’ 담론이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분명해진다. 오늘날 미국과 프랑스 부자들의 자발적인 ‘부자증세’ 운동을 보면서, ‘세금폭탄’ 담론을 넘는 한국 부자들과 보수 진영의 최소 시민의식과 윤리성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그동안 발전한국, 수출한국, IT한국, 문화한국, 통일한국 등과 같이 적지 않은 미래지향적 국가정체성을 창출·추구해왔다.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것이 복지한국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교육선거, 그리고 이번 주민투표는 MB정부 들어 국민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복지한국을 염원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루 넉넉한 인간적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복지한국에의 꿈이 보수정부의 시장만능주의의 역설적 기여로 점점 여물고 있는 것이다. 성장 대 분배 구도로부터 복지 대 반(反)복지 구도로의 전이야말로 복지한국을 향한 획기적인 전환이 아닐 수 없다. MB 이후 누가 과연 복지한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과



◆경력=고려대학교 졸업. 정치학 박사.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실장, 하버드-옌칭연구소 협동연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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