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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미·이정연·박희정 왕언니들이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LPGA 뛰다가 KLPGA 투어로 U턴



미국에서 돌아와 서서히 실력을 드러내고 있는 왕언니 삼총사. 왼쪽부터 정일미, 이정연, 박희정.



8일 KLPGA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1라운드가 열린 제주 에코랜드 골프&리조트.



이정은(23·호반건설)이 3언더파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낯익은 이름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었다. 바로 지난해까지 LPGA투어에서 뛰다가 올해 KLPGA 투어로 U턴한 ‘왕언니 3총사’였다. 주인공은 1990년대 후반 KLPGA투어를 주름잡았던 정일미(39·하이마트), 이정연(32·토마토저축은행), 박희정(31·현대스위스금융)이다.



박희정은 첫날 이븐파로 공동 6위에, 이정연과 정일미는 1오버파로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번에 대회가 열린 곳은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딱딱해 많은 선수들이 고전했다. 여기에 바람까지 불었다. 하지만 이들은 사흘 내내 노련미를 발휘했다. 이정은이 14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박희정은 공동 2위(4언더파), 이정연은 공동 14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정일미는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데 최고령이다. 신인 주류인 92년생들과 비교하면 20세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조카뻘 후배들과 샷 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박희정은 아기 엄마이기도 하다.



99년 2000년 KLPGA투어 상금왕 출신인 정일미는 “미국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 한다는 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 아직도 후배들이 인사하는데 이름하고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은 “예전보다 투어 규모도 커졌고 선수들의 기량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함께 플레이를 한 뒤 동반자가 조심스럽게 ‘선배님, 저 서문여고 13년 후배입니다’라고 말할 때는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웃었다. 98년 KLPGA투어에 데뷔한 박희정은 2000년 LPGA투어에 진출했다. 공동 2위에 오르며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박희정은 “국내에서 뛴 경험이 짧아 전반기에는 국내 코스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제는 조금씩 감을 되찾고 있다. 26개월 된 아들 지웅(장)이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 정도 성적이면 우승과 맞먹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2001년 LPGA투어 윌리엄스 챔피언십과 2002년 사이베이스 빅애플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희정은 아들 때문에 귀국을 결심했다. 2009년 출산 때문에 한 시즌을 쉰 박희정은 LPGA투어 통산 10년 출전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한국에 있는 아들과 떨어져 있었다. 박희정은 “LPGA투어에서 10년을 뛰면 언제든지 월요일 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다. 또 출전 대회 수에 상관없이 상금 랭킹 60위 안에 들면 다음 시즌에 전 경기 출전권을 부여하는 등 혜택이 많다. 하지만 경기 때마다 아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국내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이 아직 어려서 경기장에는 데리고 다니지는 못하지만 엄마와 프로골퍼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2002년 LPGA투어에 데뷔한 이정연 역시 LPGA투어 10년 출전을 채우기 위해 올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플레이하고 있다. 1m76㎝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장기인 이정연은 “거리는 아직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예전에는 2~3일만 지나면 시차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도 시차 적응이 안 된다. 체력만큼은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 이야기가 나오자 정일미가 맞장구를 쳤다. “예전과 비교해 드라이브 거리가 10~15야드 정도 준 것을 빼고는 다른 건 모르겠다. 하지만 라운드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온몸이 뻐근하고 힘이 든다. 플레이 할 때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 돌아와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한목소리로 “맛있는 거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어디를 가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이방인이다. 언어나 문화 차이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좋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이들의 상금 랭킹은 박희정이 18위(8700만원)로 가장 높다. 정일미는 60위(2600만원), 이정연은 75위(1450만원)에 머물러 있다. 내년에도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금 랭킹 50위안에 들어야 한다. 정일미는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한다. 만일 시드를 잃는다면 은퇴를 고려할 때다. 선수로서 해볼 만큼 해봤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국에 진출한 것이 자랑스럽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미국행을 결정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연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뛰다 보니 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다. 시드에 연연하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만일 은퇴를 한다고 해도 골프 아카데미 운영 등 계속해서 골프 관련 일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 골프 실력은 이미 세계 최고다. 하지만 골프 외적인 삶도 중요하다. 골프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젊어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제주=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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