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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궁중떡볶이’ 유감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광화문 광장에서 보는 조선은 영광된 왕조국가다. 아름다운 궁궐을 등지고 있는 이순신과 세종대왕이 조선을 자랑스럽게 만든다.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에 의해 패망한 조선의 비운은 보이지 않는다. 이 광장에서 조선의 약탈적 봉건을 읽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이 조선의 영광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광화문 광장에 서면 그 정치화한 역사 때문에 늘 불편하다.

 한국 전통음식에도 조선의 영광만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전통음식 연구가들은 자신의 음식에 조선의 빛난 전통과 조상의 지혜가 스며 있음을 늘 강조한다. 조선의 왕이 먹던 음식은 그런 의미에서 더 각별하다. 그 계통이 분명한 것 같지 않은 음식도 조선 전통으로 보일 만한 스타일로 치장되어 조선 왕가의 영광된 상차림으로 재현된다.

 어느 때부터 궁중떡볶이라는 말이 생겼다. 가래떡 조각을 넣은 잡채가 전통음식이라며 가끔 상에 오르는 것을 보았었는데, 이게 궁중떡볶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간장 양념의 떡볶이다. 가래떡이야 조선에서 흔히 있었던 것이니 이런 음식은 궁중에서도 먹었을 수 있고 노비의 집안에서도 먹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굳이 궁중떡볶이라 이름 붙이고 싶어하는 한국인의 심리에 열등의 왜곡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이 떡볶이를 대할 때마다 광화문 광장에 서 있을 때의 기분이 된다.

 경복궁 왼편의 내자동 입구에 금천교시장이라는 조그만 재래시장이 있다. 이 시장 안에 한 할머니가 좌판에서 떡볶이를 판다. 개성이 고향인 할머니는 한국전쟁 바로 전 서울에 잠시 왔다가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평생을 혼자 사신다. 개성에는 남편과 자식 둘이 있었다. 할머니의 떡볶이는 간장으로 볶는다. 둥그런 번철에 간장 양념을 한 가래떡을 볶아두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살짝 데워 낸다. 번철 한 귀퉁이에 1인분, 2인분씩 밀어주면 이쑤시개로 이를 찍어 먹는다. 할머니는 이를 고향 음식이라 한다. 금천교시장 조금 위에 있는 통인시장에도 간장 떡볶이를 내는 가게가 있다. 이 가게의 할머니도 인생사를 듣자면 긴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간장 떡볶이 내는 할머니가 대한민국에 이 두 시장에만 있겠는가.

 궁중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빔밥도, 삼계탕도, 육개장도, 갈비구이도 궁중음식이길 바란다. 조선을 넘어, 돼지고기구이에 맥적이라 이름을 붙이고는 고구려 궁중음식이라 하고, 웅어회를 백제 궁중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지자체도 있으며, 경주에서는 어찌들 복원했는지 신라 궁중음식을 판다. 이러다가 한국의 모든 음식에 궁중음식이라 이름 붙일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이 문화일 수 있는 것은 이를 조리하고 먹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자신의 삶이 담겨 있는 음식에 대부분 자신의 직계 조상도 아닐 것이 분명한 왕가의 삶으로 포장하려 한다. 왜 금천교시장 좌판에서 팔리고 있는 우리 할머니의 떡볶이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약탈의 봉건 조선에서 식민지, 분단, 전쟁으로 이어진 굴곡의 역사가 한국음식에 깃들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일까. 그래서 집단으로 리플리로 살고 싶은 것일까.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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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