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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스티브 잡스가 앞당긴 융합 시대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기획국장


인간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오감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섯 가지의 기관을 통해 감각이 동시에 융합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융합적 본성은 융합적 욕구를 지향한다. A와 B의 기능을 서로 융합하고자 하는 욕구가 인간의 본성을 이룬다면 이는 인류가 도구를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칼로 고기만 써는 것이 아니라 마늘도 빻고 위협도 한다.

추위만 막으려고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으로 창피함을 숨기기도 한다. 가끔 사람 차별의 역할도 한다. 이런 기능적 융합은 인류 탄생부터 복수의 기능을 물리적 방법으로 도구와 물품 속에 밀어 넣어 왔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제품의 사용자 환경에 관련되는 기능들을 융합함으로써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고 있다.

 아날로그 제품의 융합은 색깔이 서로 다른 한 자루의 볼펜, 세탁 기능과 탈수 기능의 결합, 유·무선 전화기의 결합 등이 보여주듯이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기능을 서로 결합시켜 편리의 복수 기능에 충실했다. 그러나 디지털기술에 의해 거의 완벽한 발전 가능성을 부여받은 융합 현상은 소비자에게 편리성 차원을 넘어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들은 기술의 한계성 때문에 공간의 가치를 충분하게 음미하지 못했다. 물건이 존재하면 그 공간은 없는 공간이라 보았고, 공간이 부족하면 물건의 존재가 무시되었다.

 그러나 21세기 공간은 더욱더 능동적으로 구성돼 간다. 디지털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살펴보면 이전의 브라운관 TV와 세워두었던 에어컨은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넓은 공간이 필요했지만, 현재 벽에 걸 수 있는 TV와 에어컨은 평면으로 공간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또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는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의 공간적 가치가 다르다. 가변적 공간 가치다. 향후의 자동차는 엔진 가동이 아니라 연료전지에 의해 운행될 것이다. 엔진 부분이 필요 없으니 자동차의 앞부분도 사실상 필요 없게 된다. 접이식 자동차가 생산될 것이다. 운행 중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고, 주차할 땐 접어둘 수도 있다. 통신과 사무용 기기가 결합된 복합기나, 통신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스마트폰의 개념은 복수 기능은 물론이고, 공간적 융합을 추구한다.

 이것이 바로 2D와 3D가 공존하는 공간적 융합이다. 과거에 비하면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러나 기능과 공간의 융합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가치이고, 앞으로 미래 소비자는 이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인간이 지닌 오감의 융합적 가치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감성경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상품은 이제 가격과 기술경쟁을 넘어 인간의 감성과 휴머니티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감성융합 시대로 접어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변함없이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에서 소비자를 크게 감동시키고 있다. 이런 융합문화는 다음 몇 가지 이유로 큰 발전 가능성을 보인다. ▶디지털과 유비쿼터스 기술의 발달 ▶제품에 대한 감성 소비자의 다양해진 라이프스타일 ▶기업들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단 이용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현대 감성 소비자들이다. 이상 네 요소는 상품 환경 속에서 서로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융합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다가올 감성 소비자 문명의 핵심적인 특성이자 미래상품의 구성 원리라 할 것이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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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