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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그래도 기댈 곳은 재정이다




박태욱
대기자


새털구름이 높이 걸리고 햇볕도 제법 쨍쨍한, 오랜만의 비 없는 주말이었다. 하지만 경제 사정은 나라 안팎 모두 먹구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안이 불안을 낳아, 금요일이면 주말 돌출 악재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주식을 내다파는 현상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낙관적인 분석도 ‘소프트패치’-경기회복 국면에서 본격적 후퇴는 아니지만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을 지배하고 있는 게 ‘불확실성’이란 것만이 확실해 보이는 형국이다.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이 여전히 위기 타개를 위한 공동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름 전 국가 신용등급 하락의 수모를 겪은 미국 상황도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 달 390억 유로(약 60조원)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 이탈리아나, 현재 민간 채무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는 그리스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금융위기로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위기 해소를 위해 제기되고 있는 유로존 공통채권(유로본드) 도입도, 중심축이 돼주어야 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럽연합(EU)을 안정의 연합이 아니라 부채연합으로 이끌 뿐’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성사 가능성이 극히 불투명해졌다.

 유럽 재정위기라는 세계경제의 뇌관이 제거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도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기미가 농후하다. 지난주 모건스탠리와 골드먼삭스가 잇따라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고, 물가·고용·생산·부동산·등 실물경제 전반도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골드먼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대폭(3.0→2.1%) 낮췄다. 지난 주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950년 이래 처음으로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갈수록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악화를 차단할 만한 정책카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6일에 열릴 미 연준 연례행사인 잭슨홀 미팅에서 나올 벤 버냉키 연준 의장 발언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과연 꺼내들 패가 있느냐에 대해선 대부분이 회의적이다. ‘2013년까지 초저금리 유지’라는 카드까지 써먹은 상황에서 남은 건 3차 양적완화(QE3) 정도다. 하지만 이것도, 두 달 전 만료된 2차 양적완화의 정책 효과로 미루어 볼 때 큰 효과를 기대키 어렵다는 반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중 오바마 정부도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뭘 하든 예산이 수반되는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에, 채무한도 확대를 놓고 벼랑 끝 전술까지 폈던 공화당이 과연 협조할지부터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둔화-또는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도 여기저기서 경계신호가 켜지고 있다. 실물경제가 뚜렷한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고, 주식은 물론 채권·외환시장도 불안한 모습이 역력하다. 자칫 물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저성장 나락으로 빠져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위기 상황은 아니라지만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은 분명히 다가오고 있다. 금리 인하는 카드가 될 수 없다. 인플레 압력이 상존하고, 가계부채라는 불안 요소가 불거져 나온 상황에서 금리는 외려 올려야 할 필요가 더 클지 모른다. 다만 당분간은 동결 정도가 현실적 선택이 아닐까 싶다. 결국 또다시 남은 카드는 재정이다. 정부가 최근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이번의 글로벌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2013년 균형재정 회복’을 목표로 내건 건 물론 바람직하다. 다만 현실적으론 다소 융통성이 필요하지 싶다. 성장을 부추기기 위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수치 목표에 집착해 유효한 정책수단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정략적 이해가 아니라 투자 효율성을 따지고, 재정에 항구적 부담으로 작용할 복지의 무분별한 확대를 철저히 경계하는 노력은 필수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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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