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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처서




개오동 Catalpa ovata

처서 - 정끝별(1964~ )


천변 오동가지에

맞댄 두 꽁무니를

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저녁 매미

단 하루

단 한 사람

단 한 번의 인생을 용서하며

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

팔월도 저문 그믐

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


귀뚜리 울음소리 깊어지고 모기는 입이 비뚤어졌다. 비가 많아 올여름에 모기는 재미가 적었다. 매미도 그랬다. 노래 부를 시간이 모자랐다. 울음 끝이 아니라, 침묵 끝에 매미는 여름 옷을 벗었다. 볕 드는 짧은 시간에 제 귀가 타들어갈 만큼 억세게 울어댔건만, 단 하루, 단 하나의 짝을 용서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사랑할 시간이 모자랐다. 천둥처럼 북서풍이 다가온다. 이승에서 매미에게 허락한 짧은 삶을 마감하라는 신호다. 가을을 안고 우수수 낙엽할 오동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에 가을 색이 뚜렷하다. 오늘은 여름 가고 가을 오는 처서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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