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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아픈데 검사하면 멀쩡, 이럴 때는 …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형우(50·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사흘이 멀다 하고 위경련·복통·설사를 반복했다. 증상은 갈수록 심해져 결근을 하거나 회사에 가도 누워 있기 일쑤였다. 대장·위 내시경을 받아봤지만 문제가 없었다. 암이나 심장병이 생겼나 싶어 복부초음파와 CT도 찍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내과 전문의의 추천으로 정신건강의학과로 전과된 후에야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진급 시험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데다 후배들에 비해 컴퓨터 실력이 떨어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진급 욕심 대신 건강 회복에 집중하니 신체 증상이 사라졌다.



커버스토리 마음의 병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김순자(71)씨는 얼마 전부터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특히 친척들이 많이 모인 날엔 더욱 심했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정신건강의학과로 가 상담을 받은 결과 문제가 해결됐다. 김씨가 친척에게 큰 돈을 빌려줬는데 그 돈으로 집을 산 친척이 큰 이득을 본 것. 김씨의 마음속엔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모른척 하는 친척에 대한 미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분노가 스트레스를 일으켜 요통으로 발전한 것.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 김씨의 통증이 훨씬 줄었다.















만성통증 환자의 15%, 정신적 질환이 원인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을 얻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저 ‘마음의 문제’로만 치부했지만 이제는 신체를 위협하는 의학적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복통·요통·두통 등의 통증은 보통 음식을 잘못 먹었거나, 나쁜 바이러스가 침입한 경우, 허리를 다칠 때 등의 원인이 있어야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원인이 없고, X선 검사·내시경·MRI까지 찍어봐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처럼 정신적 문제 때문에 생긴 질병을 다루는 의학을 ‘정신신체의학’이라고 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고경봉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정신내과’라는 전공 분야가 따로 생겼을 만큼 정신신체의학을 비중 있게 다룬다”며 “얼마 전부터 생긴 정신내과 전문의원이 일본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그만큼 사회가 불안하고, 그로 인한 신체 증상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본과 사회 분위기가 비슷한 우리나라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예전에는 한 달에 몇 명 볼까말까 한 환자가 최근 일주일에 40~50명씩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학회 등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만성통증환자의 15%가 정신적 질환이 원인이었으며 처음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26%가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질환이었다.



정신신체질환은 주로 두통·복통·흉통 등 통증 질환으로 나타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분노를 억누르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면 교감신경(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등의 역할)이 활성화된다. 처음에는 아드레날린이라는 신체 방어 물질을 내 보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면역력을 떨어트려 세포를 죽이고 통증유발물질도 분비한다. 이들 물질이 무릎, 허리, 배, 머리 등 사람마다 약한 부위에 통증을 일으킨다. 호흡 곤란이 생기거나 방치하면 암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탓 … 병명 몰라 병원 전전



정신신체질환의 공통점은 뚜렷한 신체 증상과 반대로 검사상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문제점도 많다.



 우선 약물중독 문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는 병명을 알지 못해 일반 통증약으로 버틴다.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 등의 통증약을 한 달 내 복용하는 사람도 꽤 있다. 내성이 생길 뿐 아니라 약물 중독으로 2차 질환까지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고가의 검진 비용 지출이다. 보통 주기적으로 1년에 몇 가지씩 고가의 검사를 받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세 번째는 사회성 저하다. 고 교수는 “처음에는 관심을 가져주던 가족도 꾀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에서도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라고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강일구







마음속 깊이 묻어둔 고민 털어버려야



의료계에서도 이런 정신신체질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내과에서는 환자들을 감별해 정신과에서 치료받도록 권유하고, 정신과 의사들도 신체 증상과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관련성을 주의 깊게 살핀다.



 정신신체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을 의사에게 털어 놓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보통 ‘사회적 지위 때문에’ ‘치졸하다는 평을 들을까 봐’ 등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을 마음속 깊이 묻고 사는 사람이 많다. 자신도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모르기도 한다. 이런 원인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심리 치료를 하면 통증이 개선된다. 만성통증으로 수술 날짜를 받아둔 환자도 몇 주간 심리치료를 받고 나서 통증이 사라진 경우가 많다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약물요법도 쓴다. 신영철 교수는 “뇌에서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아 생기는 통증도 많다”며 “이때는 세로토닌 분비 약물을 쓰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사회 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정신신체질환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정신건강의학과뿐 아니라 내과·외과·통증의학과 등 여러 과 의사들이 모여 이들 환자를 통합적으로 치료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 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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