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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러시아 방문] 앞문 닫히자 뒷문 열었다







김영희 대기자



김정일에게 최우선 과제는 영락한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백성들이 적어도 기아선상에서는 벗어날 만큼 경제를 일으켜야 전대미문의 3대 권력세습도 궤도에 오른다. 경제와 권력세습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다. 김정일이 지난 5월 방중한 것도 경제지원도 얻고 권력세습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정일이 중국을 다녀온 지 석 달 만에 이번에는 시베리아로 가서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 그리고 어쩌면 총리 푸틴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보면 김정일은 중국의 경제지원 규모와 내용에 불만인 것이 확실하다. 김정일에게 급한 것은 심각한 식량난이라는 불을 끄면서 동시에 아버지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강성대국 입문이 겹친 2012년의 국가적인 잔치에 필요한 현금, 식량과 에너지다. 그러나 북·중 간에 합의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경제지원, 고상한 말로 경제협력은 당장 돈이 되는 것들보다는 나진·선봉과 압록강 하구 개발 프로젝트같이 중·장기적인 경제협력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김정일이 중국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중국이 첫째 3대세습을 묵인하고, 둘째 북한이 연명이나 할 정도의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는 경협에 합의하면서 남한에 대한 도발행위를 하지 말라, 6자회담에 나와서 핵문제 논의에 응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다.



경제와 권력세습에 코가 꿰어 북한의 체제유지와 장래를 오로지 중국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상황이 김정일에게는 불만의 수준을 넘어 불안의 씨앗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정일은 북한판 북방외교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냉전시대에 아버지 김일성이 탁월한 솜씨로 수행한 중국과 소련 사이의 줄타기 외교다. 그때 중국과 소련은 북한이 상대편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고 경제·안보 협력의 경쟁을 벌였다. 김정일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다목적이다. 큰 틀에서는 러시아의 손을 잡아 중국의 독점적인 대북 영향력을 완화하고, 구체적으로는 북·러 경제협력의 지평을 넓혀 양손에 떡을 쥐고 냉전시대처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대북지원 경쟁을 붙이자는 것이다. 거기서 가장 구체적으로,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으로 등장한 것이 러시아-북한-남한을 종으로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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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는 가스관을 통해 사할린과 시베리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가스를 남한에 수출하는 데서 얻는 경제적인 매력과 거기 따르는 정치적인 부산물에 착안한 지 오래다. 한·러 간에는 2008년 정상회담 때 러시아-북한-남한 가스관 건설을 전제로 하여 30년간 매년 750만t의 가스를 수출한다는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 한국은 가스 수요의 20%를 싼값으로 수입하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가스관 사업은 북핵에 발목이 잡혀 진전이 없었다. 북핵 문제에서는 정경분리의 명분도 통하지 않는다. 북한에는 체제의 안전이 경제에 우선한다. 북한의 입장변화는 중국에 대한 김정일의 실망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가스관이 북한을 통과하면 북한이 받는 통과 수수료만 해도 연간 1억 달러다. 건설기간 중에 북한에서는 대규모 고용과 물자에 대한 수요가 일어난다. 정상회담 이후의 북·러 관계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



러시아에는 1992년 소련 붕괴 이후 중국에 내준 대북 영향력 회복뿐 아니라 북핵과 평화정착 같은 한반도 문제에서 그들의 국력에 걸맞은 발언권을 되찾을 호기다. 그것은 또 러시아의 숙원사업인 시베리아 개발과도 직결된다. 시베리아는 방대한 자원의 바다요, 한국에도 경제적인 블루 오션이다.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회복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고무적이다.



 한·러 간에 2008년 이후 가스관 건설을 포함한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문제가 꾸준히, 그리고 깊이 논의되어 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가스관 프로젝트에 과도한 정치적인 의미를 갖다 붙여 북핵과 북한의 도발을 거론한다면 북한은 다시 대화의 문을 닫아버릴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특성상 정치라는 마차는 경제라는 말이 경제의 궤도 위를 끌고 가게 해야 한다. 경제 논의가 가스관의 실현으로 결실되어 자연스럽게 개성과 금강산, 그리고 남북한 긴장완화와 북핵으로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그야말로 전략적인 인내가 절실하다. 한국은 5·24 대북조치를 포함한 대북 강경자세를 풀면서 가스관 사업의 논의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김영희 대기자



◆강성대국=군사·경제·사상 부문의 강국 건설을 기치로 내건 북한의 국가전략목표.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을 진입 목표 연도로 정하고 김정은 후계 체제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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