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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연극제까지 참여하는 열성 주부배우들

자식 돌보랴, 남편 챙기랴 늘 자신은 뒷전인 주부들. 가정(家庭)이 하나의 연극 무대라면 주부는 아이들 옷 입히는 의상 담당이 되기도 하고, 돈의 출납을 담당하는 회계도 된다.



무대에 서는 배우를 보조하는 일이다. 주부들은 자기 표현에 목마르다. 그래서일까.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극·뮤지컬 관객 중 4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수준에 가까운 작품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아예 객석에서 뛰쳐나와 무대에까지 도전하는 주부들도 있다. ‘○○엄마’를 이름으로 알고 살아온 주부들이 단지 열정 하나만으로 도전하는 현장을 찾았다. 연극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살펴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연극제까지 참여하는 열성 주부배우들









주부극단 ‘내일’은 창작극을 만들 정도로 내공이 깊다. 연극을 위해 의상과 소품도 직접 만들었고 검술·그림자극 등 다양한 요소도 넣었다.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센터 4층 대강당에 모여 그림자극을 연습하고 있는 ‘내일’의 주부 단원들.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 수원문화체육센터 4층 대강당. 문 밖으로 ‘으흐흐흐’ 하는 기괴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무대를 누비는 듯 쿵쾅대는 발자국 소리도 함께 들렸다. 극단 ‘내일’ 소속 배우 8명이 다음 달 3~4일 수원 야외음악당에 올릴 연극 ‘마고성으로 간 루백’을 연습하는 소리다. ‘내일’은 수원 영통 지역에 사는 10여 명의 주부로 구성된 아마추어 극단이다.



연습은 진지했지만 유쾌했다. 연기를 할 때는 숨소리가 새어 들어가도 미안할 정도로 긴장이 팽팽했지만, 하나의 장면이 끝나면 이내 “너 그때 정말 웃겼어”하며 깔깔댔다. 극본이 연습 중간에 수정되기도 했다. 세상의 어머니인 ‘마고’ 역을 맡은 김인애(51)씨가 “내가 너희를 꾸짖으며 돌아보면 좀 더 뉘우치는 표정이나 동작을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자 ‘주작’ 역을 맡은 최경미(47)씨가 바로 무릎 꿇고 손을 들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02년 수원문화체육센터에서 연극을 배우며 만난 주부들이 2004년 창단한 이 극단은 매년 한 차례 이상 공연을 해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 극본을 쓰고 의상·소품도 마련한 창작극을 올린다. 고려 시대 수원 지역의 효자로 불렸던 최루백의 이야기를 다룬 아동극이다.



경기연극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주부 극단도 있다. 2007년 창단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산하 극단 ‘유혹’ 역시 10여 명의 단원 모두 주부로 구성됐다. 강순자(50) 단장은 “다음 달 3일 ‘소나무 아래 잠들다’는 제목의 연극을 출품한다”며 “공연을 한 달 앞두고는 밤을 새워서라도 연기를 맞춰볼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습한다”고 말했다.





“활력 넘치니 남편과 애들도 좋아해요”









극단 ‘날으는 자동차’의 주부 단원들.



주부들이 연극에 뛰어든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매혹된 계기는 엇비슷했다. 수원문화체육센터 권미영 관장은 “연극을 하러 찾아온 주부들은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하며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란 존재가 희미해진다’고 토로한다”고 했다. 김은기(38)씨는 “집에 있다 보니 우울해져 활력소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연극을 시작했다”며 “아이를 연습하는 데 데려와도 좋아하고, 구연동화도 재미나게 읽어줄 수 있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내성적이었던 주부들도 연극을 배우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간다. 극단 ‘내일’의 양문희(42)씨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며 “여럿이 어울려야만 하는 연극을 배우면서 성격이 달라져 남편과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동료 홍혜숙(42)씨는 “처음에는 연기를 하고 싶어 왔지만 주어진 대사만 잘 처리한다고 연극이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며 “남들이 대사할 때 한 발짝 가까이 간다든지, 호응하는 목소리의 톤만 바꿔줘도 장면의 느낌이 달라지는 공동작업이라 책임감도 더 생긴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푸는 곳으로 연극 무대를 선택하는 주부도 늘고 있다. 시민극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날으는 자동차’ 우승주(42) 단장은 “일산·분당 등에 주부극단을 운영하는데 지역지에 광고를 실으면 금방 15~20명이 정원인 극단이 넘칠 정도로 주부들이 모여든다”고 말했다.



마음속 응어리 시원히 풀어내는 연극치료



힘든 생활의 응어리를 풀어내기 위한 치료 도구로 연극을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우진아(42)씨는 자폐장애가 있는 아들(12)과 비장애인 딸(13)을 데리고 8~10일 한국연극치료협회가 여는 캠프에 다녀왔다. 연극에서 각자 맡은 역할 속에서 속에 담아뒀던 내용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쏟았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핍박받거나 차별받는 주인공이 돼 스스로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씨는 “연극을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깨닫게 된다”며 “가족의 말과 행동을 한 발짝 물러서서 보는 여유가 생기고 나도 마음에 맺혔던 게 쑥 풀린다”고 말했다. 용인대 연극학과 박미리 교수는 “연극 속 가상의 인물이 되는 ‘심리적 거리 두기’와 자신의 이야기로 대사를 하는 ‘동일시’를 오가며 자신의 마음속 맺힌 부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며 “연극은 짧은 순간에 심리적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연극치료협회에서는 여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연극도 무대에 올린다. 25~28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극장에서 여성의 욕망과 행복을 주제로 한 연극 ‘거울미로’를 상연한다. 배우들이 스스로 자기의 마음속 이야기를 끄집어내 연기하는 ‘치유 연극’이다.





연극 여기서 배우세요



지역문화센터나 전국 극단에서 연극 수강생을 모집한다. 하지만 연극의 특성상 배우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연초에 모집하는 6개월~1년 과정이 대부분이다. 수원문화체육센터(031-273-3030)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031-481-4000)에서도 극단 단원을 모집하며 신입 단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연극교실  연초에 홈페이지(www.sejongpac.or.kr) 공고를 통해 모집한다.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5월 입단식을 거쳐 11월 공연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기초부터 실전까지 가르친다. 20만원. 02-399-1133.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26일까지 홈페이지(www.guroartsvalley.or.kr)에서 참가자를 모집한다. 다음 달 1일 개강하며 12월 3일에 발표회를 연다. 15명 선착순. 무료. 02-2029-1723.



극단 날으는 자동차  어린이·주부·직장인 등 극단 15개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서울·분당·일산 등 세 군데에서 극단을 운영한다. 연극 교육을 하며 매년 1회 공연을 목표로 한다. 극단에 따라 다르나 주부의 경우 회비는 한 달 8만원. 02-764-8092.



극단 새벽 연극교실  청주 지역 극단으로 주부·직장인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극 교실을 연다. 상시 모집하며 연말 연극 상연을 목표로 한다. 무료. 043-286-7979.



극단 청춘 연극교실  광주 지역 극단으로 상반기·하반기로 나누어 수강생을 모집한다. 내년 초 수강이 가능하다. 무료. 062-43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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