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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정동영 … 인격의 양극화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한국 정치사에는 유명한 청문회 사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명패다. 1989년 12월 31일 밤 5공 청문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섰다. 그가 광주 진압 대목에서 “자위권 발동”을 말하자 평민당 의원들은 고함을 쳤다. 반면 통일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고 노무현은 회고록에 적었다. 초선 노무현은 거기에 화가 나 명패를 바닥에 던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그가 전두환을 향해 국민의 분노를 던진 것으로 기억한다.



 노무현에 대해 나는 가혹한 비판자다. 그가 소중한 국정(國政)을 헝클어트린 걸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는 머리가 차가워야 되는데 그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의 따뜻한 가슴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다. 나는 그의 따뜻한 가슴을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부엉이 바위에 두 번이나 올랐다. 명패 사건에는 노무현의 순수성이 있었다. 순수성은 어느 순간 갑자기 발현되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쌓여야 한다. 노무현은 노동 인권변호사였기에 그런 순수성이 나올 수 있었다.



 며칠 전 또 하나의 청문회 사건이 등장했다.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낸 것이다. 그는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운동가 김진숙을 휴대전화로 불러놓았다.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마이크에 대고 그의 주장을 들어보라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증인 출석도 거부하는 불법 점거자의 소리를 왜 들어야 하나.” 휴대전화 증언은 이뤄지지 않았고 청문회는 정회됐다. 정동영의 휴대전화엔 순수성이 있을까. 많은 국민이 순수성을 믿을 만큼 그에겐 투쟁의 과거가 있는가. 정동영은 언제부터 투사였나.











 광주 유혈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82년 통치 위상을 급조하기 위해 해외순방에 나섰다. 아프리카 4개국이었는데 누가 봐도 명분도 실리도 허전한 정치 쇼였다. MBC기자 정동영은 특집좌담에 출연해 순방을 찬양했다. “일찍이 전두환 대통령이 주창한 바 있는 태평양시대”를 위한 것이었고 “교민사회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교민은 광주 비극에 분노한 본토 국민과 다른 사람들이었나.



 격변이 많은 현대사의 들판을 건너오면서 지식인이 바지에 진흙을 묻히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때 진흙이 묻어도 더 오랜 세월 공동체에 기여하는 지식인도 많다. 그래서 나는 ‘기자 정동영의 대통령 보도’를 강하게 비난할 생각은 없다. 앵커 정동영은 다른 보도로 시청자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기도 했다. ‘지식인 정동영’은 그렇게 흘러갈 수가 있다.



 하지만 지도자 정동영은 다르다. 더군다나 그는 일국(一國)을 책임지겠다며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됐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변신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전두환에서 김진숙까지 자신의 마음의 행로가 어떠했는지 말해야 한다. 마치 바지에 진흙이 묻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노동투사’라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지도자는 누구보다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거리를 떠나 책상에 앉아 ‘공동체의 길’을 고뇌해야 한다. 중국의 거센 도전 앞에서 한국 조선산업을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지, 한진중공업이 망하면 본사와 협력업체 근로자 수천 명은 어떻게 되는지, 불법 점거·농성이란 행위를 사회가 용인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국민이 보는 앞에서 정동영은 조남호 회장을 “살인자”로 몰아 붙였다. 이런 대사는 철부지 과격 운동권의 몫이지 전직 대통령 후보의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됐다면 정동영은 청와대에서 김진숙과 통화하면서 격려했을 것인가. 대통령이 김진숙을 ‘시대의 의인’이라고 하면 법을 지키며 세상을 감내해 내는 나머지 국민은 무엇인가. 그가 대통령이 됐으면 나라가 어떻게 됐을까. 가슴을 쓸어 내린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정동영
(鄭東泳)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최고위원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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