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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러 경협도 핵문제 해결이 관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외 경제 행보가 분주하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나선특구와 황금평특구 개발에 합의한 지 3개월 만에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은 곧장 아무르주 부레이 수력발전소를 찾았다. 러시아는 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북한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사흘가량 기차를 타고 동시베리아 바이칼호 인근 울란우데로 이동,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사할린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 건설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하 서신을 김 위원장에게 보내 파이프라인 건설에 북한이 협력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북한도 가스관 건설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김 위원장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파이프라인 건설을 기대하는 발언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 파이프라인 통과료로 연간 최대 1억 달러가량의 현금 수입이 생기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싸게 공급받는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사할린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 건설은 2008년 한·러 정상회담에서 추진키로 합의한 사안이다. 2015년부터 가스 운송이 가능하도록 건설한다는 일정이었다.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분의 1가량을 가스에 의존하는 우리도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러시아도 북한도 한국도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데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북한의 호전적인 대남·대외 태도 때문이다. 북한이 정치·군사적 이유로 파이프라인 가동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는 한 한국으로선 최종적으로 사업 실행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입장이다. 또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가 장기적인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나아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등 남·북·러 3자가 함께 추진하는 경제협력은 핵 문제 해결 전망이 가시화되고 한반도에 평화기조가 정착되기 전에는 본격 추진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9년 만에 러시아를 찾은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구상도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결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 십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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