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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러너’ 몸으로 레인 느낀다




시각장애인 스프린터 제이슨 스미스(24)가 대구 선수촌 훈련장을 달리고 있다. [대구=뉴시스]

18일 대구 날씨는 흐렸다.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는 천천히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스미스는 시각장애인 스프린터다. 8세 때 망막 신경 이상을 보인 그의 시력은 보통 사람의 10% 미만이라고 한다. 물체에 10㎝ 이내로 다가가야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아일랜드 선수로는 유일하게 남자 100m 종목에 출전한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첫 시각장애인이다. 스미스는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있는 선수촌 훈련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했다. 스티븐 맥과이어 아일랜드 팀 코치와 여성 트레이너가 스미스와 함께 왔다. 스미스는 세계선수권대회 첫 출전 소감을 묻자 “일반인과 겨뤄 내가 어떤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육상대회에서 10초22를 기록해 대구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대회 A 기준기록(10초18)엔 못 미쳤지만 B 기준기록(10초25)을 뛰어넘었다. 아일랜드 선수 가운데 2011년 랭킹 1위다.

 스미스가 일반 선수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의 결과다. 맥과이어 코치는 “출발 직후엔 상황 파악을 전혀 못 한다. 바로 옆 레인에 있는 선수조차 보지 못한다”며 “6m 앞의 선이 흐릿하게 보이는 수준이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린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반복해 몸으로 레인을 느끼고, 양쪽이 벽으로 막힌 혼자만의 트랙을 달리는 듯한 감각으로 결승선까지 질주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경기뿐 아니라 훈련도 어렵다. 일반 선수들은 자신이 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약점을 수정한다. 스미스는 그게 불가능하다. 맥과이어 코치는 “스미스는 몸으로 느끼는 수밖에 없다. 일요일을 빼곤 매일 트랙에 나간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햇볕이 강하거나 트랙이 젖어 있을 때 반사되는 빛을 막기 위해 늘 검은 선글라스를 쓴다. 시력이 안 좋은 대신 청각이 발달해 출발 반응 속도가 빠른 것은 그만의 강점이다. 스미스는 이번 대회에서 “내 최고 기록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17세이던 2004년 뒤늦게 육상을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이다. “100m뿐 아니라 200m에도 나가고 싶다”고 했다. 200m는 100m와 달리 곡선 주로가 있어 라인을 식별하기 힘들지만 세계대회 100m 출전을 이룬 그에게 더 이상의 벽은 없는 듯했다.  

대구=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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